인구 30만 논하기 앞서 고교 교육부터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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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30만 논하기 앞서 고교 교육부터 챙겨라

    • 입력 2022.08.04 00:01
    • 수정 2022.11.09 14:17
    • 기자명 한상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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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 콘텐츠2국장
    한상혁 콘텐츠2국장

    서울에 살던 30대 후반 김모씨는 작년 말 직장을 고향인 춘천으로 옮겼다. 김씨에게는 아내와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이 있는데, 아내가 이사를 거부해 김씨 혼자서만 춘천으로 이사했다. 김씨 아내 역시 춘천이 연고지이지만 가족이 떨어지는 걸 감수해서라도 서울살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한 가지, 아들의 교육 문제다. 서울에 비해 한적하고 집값도 저렴한 춘천에 살면 좋겠지만, 서울의 교육 환경을 포기하고 춘천으로 이사하기는 싫다는 것이다.

    필자가 여기서 춘천의 인구가 늘지 않는 것은 교육 때문이라고 한다면 공감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박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출산율 감소와 대도시 집중화 속에서도 춘천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기준 춘천의 인구는 28만5907명(주민등록 내국인 인구 기준)이다. 1992년(17만9198명) 이후 30년 동안 2000~2001년과 2016~2017년을 제외하고 매해 인구가 늘었다.

    누군가는 노인 인구가 증가한 탓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춘천에서 최근 인구 증가가 가장 눈에 띄는 연령층이 60~64세다. 2011년 이 연령대 춘천 인구는 1만687명(통계청 주민등록연앙인구 기준)으로 1만명이 겨우 넘었는데, 10년 후인 2021년에는 2만2894명으로 2배 이상이 됐다. 단, 말 그대로 60대 인구가 춘천으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은 통계의 착시이다. 10년 전 50~54세(2만2851명)였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60~64세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숫자를 비교해보면 이 ‘베이비붐 세대’의 지역 간 인구 이동은 의외로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늘어난 인구는 오히려 젊은 세대의 이주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사회 초년생들이 속한 25~34세 인구가 1647명 늘었다(3만2823명→3만4470명). 인구가 자연적으로 늘 리 없으니 레고랜드를 비롯해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가 춘천에 많이 늘어난 덕으로 봐야 한다.

    이제는 정말 교육 문제로 학생 수가 줄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등학생이 속한 15~19세 인구 변화를 보자. 춘천 15~19세 인구는 2011년 1만9231명이었고, 2021년에는 1만3695명이다. 10년 만에 5536명(29%) 급감했다. 역시 출생률에 따라 자연 감소한 측면이 있지만, 100%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번에는 시각을 바꿔서 현재 26~31세(1991~1996년생)인 이들의 인구 수를 추적해보자. 이들은 5~9세 시절(2001년) 춘천에 1만8072명이 있었다. 그런데 10~14세(2006년) 시절 1만8973명으로, 15~19세(2011년) 시절 1만9232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이 시기 춘천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근 군지역에서 춘천으로 전학해 온 학생들이 매년 한두 명씩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현재 16~21세(2001~2006년생)인 이들 시절엔 어땠을까. 이들은 5~9세 시절(2011년) 춘천에 1만3238명이 있었고, 10~14세 시절(2016년) 1만3824명으로 늘었지만, 15~19세 시절(2021년)에는 이 중 1만3694명만 남았다. 중학교 이전까지는 춘천으로 전학해 오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중~고교 시절에는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간 아이들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이 시기 사이에 춘천의 고교 평준화(2013년 부활) 같은 교육 제도 변화가 있었던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춘천은 일자리가 늘고 있고, 병원 같은 인프라도 갖췄으며 수도권 교통 접근성도 좋아졌다. 육동한 춘천시장이 공언한 ‘춘천 인구 30만 시대’로 가는 마지막 퍼즐이 바로 교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 시장이 내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춘천에 교육특구를 조성, 국제학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에 주목하는 이유다. 춘천시민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강원도 학생 성적 향상과 공교육 정상화를 내건 신경호 교육감에게 35.71%의 몰표를 준 이유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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