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학교 밖 청소년,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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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학교 밖 청소년, 기회는 공정해야 한다

    • 입력 2023.05.24 00:00
    • 수정 2023.05.24 11:37
    • 기자명 최광익 책읽는 춘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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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지인의 초청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돕는 활동가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평생 학교 안에서 살아온 필자에게 학교 밖 청소년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초·중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고등학교에서 제적, 퇴학, 자퇴한 청소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들인 학교 밖 청소년은 2019년 기준 약 39만명으로 추산된다.

    학교 밖 청소년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 미래세대 교육기관인 학교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5만명의 학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난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학교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며, 또 그중 절반 이상은 학교를 떠난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 모두가 학업중단 청소년이거나 위기 청소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부모의 지원을 통해 다른 경로로 학습을 계속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집단도 있다. 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거나 가정 해체 등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갑작스런 학업중단 청소년, 가출 청소년, 결혼이주민 중도입국 청소년, 소년원 출원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한 위기 청소년들이다.

    정부는 2014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해당 청소년의 상담, 교육, 취업 및 자립, 생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에도 2019년 11월 「강원도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가 제정되어 다양한 기관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현재 강원도에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14개소,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 12개소, 청소년 쉼터 9개소, 청소년 근로 보호 센터 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큰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상 청소년의 지원사업 참여는 미미한 수준이다. 2019년 자료로 보면 대상자 39만명 중 지역센터 이용자수는 4만8000명에 불과했다. 지역센터에 다니고 싶어도 거리상 너무 멀고 교통비 등이 여의치 않아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가정형편이 더욱 열악하여 센터에 다닐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학업중단 학생이 고등학생일 경우에는 개인정보 동의가 없으면 정부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요컨대, 관련 법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하지만 대부분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고 차별성 없는 의례적인 지원사업을 제공하는 것도 문제다. 개인의 필요와 요구에 맞지 않아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게 검정고시 준비나 단순 직업훈련에 집중된 프로그램이 효과적 일리 만무하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개인적 필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정확한 기본 데이터 수집이 급선무다. 대상 청소년의 가정환경, 경제적 상태, 욕구와 필요를 분석하여 개인에게 맞는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필요에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에 참여는 저조해지고 그저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참여 청소년이나 프로그램 제공기관에 의미를 갖기 어렵다.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로 세계 최하위이다. 아이 한명 한명이 국가의 자원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사회 일부 영역은 이미 외국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국가 장래를 위해 학교와 학교 밖 청소년 교육을 재구조화할 시기이다. 교육 재구조화의 기본전제는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지원은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1만3000달러의 공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는 만큼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에도 동일하게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지자체. 교육청으로 나누어져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주무기관도 하나로 통일하여, 단일한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하고, 중복투자로 인한 낭비를 없애는 노력도 절실하다. 투자한 만큼 거두는 기본 원리를 되새겨 볼 때다.

     

     

    최광익 필진 소개

    - 책읽는춘천 공동대표
    - 前 화천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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