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더위도 물리치게 하는 자랑스러운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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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무더위도 물리치게 하는 자랑스러운 제자들

    • 입력 2021.07.28 00:00
    • 수정 2021.07.28 09:07
    • 기자명 신준철 춘천기계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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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준철 춘천기계공고 교사
    신준철 춘천기계공고 교사

    연일 40도 가깝게 온도가 치솟지만, 참된 기술인을 향한 학생들의 땀 흘림은 불볕더위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후평동 공업단지 내에 위치한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지나치다 보면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산업현장 역군의 산실인 춘천기계공고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기능탑(塔)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탑은 2013년 전국기능기대회에서 무려 800여 기관 중 최고의 성적으로 금탑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뒤이어 2014년에는 은탑을, 2015년과 2017년에는 동탑이 세워졌으며, 개교 이래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다섯 차례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특성화고등학교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뙤약볕 속에서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 한 점에 교문 옆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가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경축. 육군3사관학교 합격을 축하합니다.”

    춘천기계공고 스마트금형과 2018년 2월 졸업생으로, 졸업과 동시 군특성화과정 이수 후 전문하사병으로 군에 입대한 제자입니다. 군 입대 후 18개월 후에 부사관(하사)으로 임관함에도 군생활 중 틈틈이 공부해 미리 부사관(하사)으로 임관한 제자. 그렇지만, 이것이 제자가 구상하는 설계도의 완성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 꼭 성공해서 잊지 않고 찾아뵐게요...”

    절친이었던 또 다른 제자(현재 육군하사)가 졸업 후 몇 차례 학교를 찾는 동안에도 꿈쩍하지 않던 녀석이 얼마 전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휴가 첫 날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제자에게는 큰 의미를 둔 행동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한참을 올려다 봐야하는 제자는 모든 것에 쏟는 열정이 키만큼이나 큽니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배드민턴 꿈나무였던 제자는 고등학교 때에도 배드민턴 클럽의 유능한 코치였습니다. 당연히 녀석의 주머니에는 돈도 두둑하였을 만한데 몽땅 저금을 해서인지 꼭 필요한 돈만 넣고 다녔던 제자로, 담임선생님 주문을 잘 따른 듯 싶습니다. 어쩜 이것이 담임으로서 해준 전부였는지도 모릅니다. 녀석은 공부, 성실성, 책임감, 남자다움, 군특성화학생으로서의 절도감까지 고루 갖춘데다 스스로 자기자신의 크기를 키워가는 멋진 녀석이었습니다. 이런 제자를 살짝 꼬드겨 학교장 상을 빌미로, 시(詩)를 써보라고 부추긴 것은 담임선생님으로서 해준 또 다른 양념이라고 할까요. 녀석이 오늘 덥석 물어옵니다.
     
    “선생님 시집 좀 주세요.”

    아이쿠, 이리저리 미루다 말았으니 시집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응... 올해 퇴직하기 전에 내려고 해. 그 때 줄게.”

    담임선생님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얼른 녀석을 데리고 교무실을 빠져 나옵니다.
     
    “지난번에 학교 개교50주년을 맞이해 기념식수행사를 했거든. 그 나무를 배경으로 같이 사진 찍기로 하자.” 궁색한 변명에 이어 회피작전을 펼칩니다.
     
    “참, 너를 기념해서 플래카드도 걸어져 있거든…거기서도 한 컷 찍을까?”

    퇴직 전에 절친과 휴가를 맞춰 찾아오겠다는 제자. 

    “나중에, 선생님이 주례를 서주시면 더 좋죠”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녀석의 승용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손을 힘껏 흔들어 주었던 추억에 잠겨 더위를 식히고 있을 즈음, 휴대폰의 벨이 울립니다.

    “선생님, 오랜만에 전화 드렸지요. 저도 육군3사관학교에 2차까지 합격하고 최종 3차만 남겨두었습니다. 경쟁률이 높지만, 꼭 합격해서 찾아뵐게요.”

    절친에게 뒤질세라, 녀석도 일찍 부사관에 임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똑같은 도전을 하였는가 봅니다. 

    한껏 고양된 목소리의 제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혼자 미소 짓기에는 아쉬워서 얼른 교무실을 빠져나가 두 팔을 벌려 기쁨의 ‘V’자를 그려봅니다. 오늘만큼은 어떤 무더위가 몰려와도 제자들의 자랑스러움으로, 오히려 시원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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