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나면 골칫거리 ‘빙어’가 댕냥이 간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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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끝나면 골칫거리 ‘빙어’가 댕냥이 간식으로

    빙어 연구하다 빙어 간식 만든 스타트업 ‘HK3’
    인제 남면 어촌계와 협업, 어촌 소득 증대 ‘한몫’
    수입품과 소양호 빙어의 가장 큰 차이는 ‘염분’
    생태계교란종도 다시 보면 ‘자원’, 활용이 중요

    • 입력 2023.06.03 00:01
    • 수정 2023.09.07 11:25
    • 기자명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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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어(氷魚)는 이름처럼 겨울을 대표하는 물고기다. 겨울이면 빙어 축제를 여는 인제군은 축제를 위해 매년 많은 양의 빙어 수정체를 소양호에 방류한다. 문제는 열흘간의 축제가 끝난 후다. 축제 외에 판로가 없어 잡힌 빙어는 버려지기 일쑤다. 애써 잡은 빙어를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스타트업 HK3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다.

     

    버려지는 빙어를 활용해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HK3 김재훈 CEO(왼쪽)와 홍주표 CEO. (사진=박지연 기자)
    버려지는 빙어를 활용해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HK3 김재훈 CEO(왼쪽)와 홍두표 CEO. (사진=박지연 기자)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차에 접어든 HK3는 강원대 환경연구소 어류연구센터에 속한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새내기 스타트업이다. 홍두표(28·환경과학), 김재훈(28·환경과학)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김범준(28·환경과학), 김종진(26·에코환경과학) 씨가 CTO로 협력한다. 한 명이 홍 씨고, 다른 세 명이 김 씨라 팀 이름은 HK3가 됐다.

    홍두표·김재훈 공동대표는 학부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이자 연구 동반자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빙어를, 김 대표는 브라운송어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연구를 하면서 이들은 활용되지 못한 어류자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지난 26일 강원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버려지는 자원을 리사이클링 한다는 관점에서 제품을 만들었다”며 입을 뗐다.     

    Q. 버려지는 빙어를 이용해 반려동물 간식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인제군에서는 매년 빙어 수정체를 소양호에 방류해요. 어촌계 수익을 위해서요. 그러다 보니 개체 수가 풍부한데 판로가 마땅치 않아서 대부분 버려져요. 이걸 리사이클링 해보면 어떨까 하다가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빙어의 영양 성분이 좋아요. 꼭 빙어라서 영양이 풍부하다기보다는 어류 자체가 단백질과 지질을 포함해 무기질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거든요. 내장에 축적되는 DHA 성분은 비단 고등어나 등푸른 생선뿐 아니라 작은 어류에도 있습니다. 개체가 작아서 사람이 먹기에는 부족해도 반려동물은 작으니 충분한 거죠.

    Q. 학술적인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었나요.

    저희가 어류연구센터*잖아요. 연구를 위해 어민분들께 빙어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어민분들의 고충을 알게 된 거죠. 말씀을 들어보니 빙어 축제 말고는 빙어를 팔 데가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잡아서 죽으면 버리고, 살아있으면 풀어주는 상황이라고요. 애써서 잡은 건데 버려지는 빙어를 활용해서 상품을 만들면 어민분들에게도 좋고 지역사회에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강원대학교 어류연구센터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어류를 대상으로 어류 보존과 보호, 자원증식 등 하천생태계를 건강하게 가꾸는 데 필요한 교육 및 연구를 진행한다. 지자체와 공동으로 생태계 교란 어종에 대한 제어사업 및 멸종위기 종을 관리하는 활동을 한다.

    HK3가 소양호에서 잡히는 빙어로 만든 제품 (사진=박지연 기자)
    HK3가 소양호에서 잡히는 빙어로 만든 제품 (사진=박지연 기자)

    Q. 제품 소개를 해주세요.

    ‘빙어냥’과 ‘빙어랑’입니다. 빙어냥은 고양이 전용 제품이고 빙어랑은 강아지, 고양이 모두 급여 가능합니다. 소양호에서 잡히는 빙어만 사용했고요. 빙어냥에는 비타민을 첨가했습니다. 수의사와 함께 고양이에게 부족한 영양 성분이 뭘까 고민하면서 만들었습니다.  

    Q. 빙어로 만든 반려동물 간식이 기존에도 있었나요?

    시중에선 나와 있는 제품은 대개 크기가 큰 열빙어이고 90% 이상 수입품입니다. 캐나다, 아이슬란드에서 옵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직접 먹어보는데 비린맛이 많이 나고 바다 빙어라서 짜요. 하지만 고양이한테 소금기는 쥐약이죠. 반려주분들이 기호성이 좋아도 염분이 많은 간식은 자주 주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면서 첫 번째로 생각한 게 염분입니다. 소양호에서 자란 빙어는 염분이 거의 없고 고소해요. 

    Q. 소비자는 언제쯤, 어디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곧 홈페이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6월 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강아지 전용 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조금 결을 달리해서 반려동물 간식은 아니지만 어류 사료와 어류 추출물을 이용한 제품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Q. 제품을 만들면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품 가격 책정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가격이 낮으면 자칫 질이 나빠 보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고 수익보단 어민분들께 이익을 돌려드리는 모델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중 제품보다 조금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Q. 지난 19일 ‘춘천 창업엑스포’에서 강원중소벤처기업청 표창을 받았는데? 

    도내 창업 활성화 및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받았습니다. 빙어를 수급하는데 인제군 남면 어촌계와 협업하고 있거든요. 지난해 11월~12월에 빙어를 수매했고 바로 창고로 옮겨 냉동시켰습니다. 아무래도 버려지는 수산자원을 활용해서 남면에도 어느 정도 이익을 보장해 드리니 이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Q. 연구자이자 창업가로서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국내에는 빙어뿐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어류자원이 많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베스, 블루길, 브라운송어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어류들은 버려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애야 하는 것으로 보잖아요. 정부는 돈을 주고 사서 그대로 묻거나 태우는데 활용 방안을 찾는 게 좋다고 봅니다. 버려지는 어류도 잘만 활용하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박지연 기자 yeon7201@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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