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뒤 말고 올해 여름을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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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뒤 말고 올해 여름을 생각해보세요

    ■ [칼럼] 권소담 경제팀 기자

    • 입력 2023.05.25 00:00
    • 수정 2023.05.25 11:36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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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소담 경제팀 기자
    권소담 경제팀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잠실 야구장에 ‘팅커벨’이 나타났다. 날개를 펴면 최대 5㎝에 달하는 동양하루살이가 야구장 조명으로 몰려든 것이다. 하루살이 떼의 대량 출몰은 기후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벌레가 서식하는 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생장 속도가 빨라졌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비도 잦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5월 중순부터 일부 지역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등 기후 변화는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남인도양과 필리핀해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동인도양은 상대적으로 차가워 대류 현상이 활발해지면, 한반도 쪽으로 대기의 파동을 형성해 고기압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하강기류가 발생하면 공기가 압축돼 열에너지가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한다. 기후 변화로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우리가 폭염을 겪게 되는 구조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보다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인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일상의 ‘위기’에 더 초점을 둔 말일 것이다. 기후 문제는 좀 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도덕성에 호소한 주장만으로는 이미 자가용과 일회용품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일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와 경제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은 많은 전문가가 주목하는 과제다. 솔로몬 시앙 UC 버클리대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2100년까지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GDP는 25% 이상 떨어졌는데, 당시 실업률은 20%를 넘어섰다. 기후 변화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리라 장담하기 힘들다.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와 복구 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타격은 더 커진다.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면 태풍 피해로 연간 최대 17조원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 규모도 연간 5조~6조 규모로 추산된다.

    육동한 시장이 주재하는 '춘천시 창업혁신협의회' 자리에 생수가 놓여있다. (사진=춘천시)
    육동한 시장이 주재하는 '춘천시 창업혁신협의회' 자리에 생수가 놓여있다. (사진=춘천시)

    100년 뒤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폭염과 폭우가 닥칠 이번 여름 동안 내야 할 전기 요금과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추석 명절을 생각해 보자. 올해 1분기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스 요금은 전년 대비 30%가 올랐다. 더위와 습도를 피하려고 에어컨을 많이 쓰는 만큼 각 가정에서 내는 전기 요금 부담은 더 커지고, 에어컨 사용으로 배출된 탄소는 기후 변화를 촉진하게 된다.

    올해 추석 차례상에 오를 햇사과는 가격이 올라 ‘금사과’가 될 전망이다. 사과 주산지에서 봄철 기온이 상승해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사과 꽃이 빨리 피었지만, 꽃이 핀 직후 기온이 떨어져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온 피해에 강풍, 황사, 꿀벌 감소 등으로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해 수확기 거둘 수 있는 과실이 줄어 소비자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는 이미 우리의 생활을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MS투데이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육동한 춘천시장이 참석한 85개 행사 중 22곳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일회용품 사용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의 주범 중 하나다. 육동한 시장은 춘천을 ‘경제 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시민들의 표를 얻었다. 하지만 ‘경제통’을 자처한 육 시장은 행사에서 자신이 쓴 종이컵 하나가 앞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지하고 있을까.

    환경 규제와 탄소 중립 실천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귀찮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후 문제가 곧 경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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