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시장 행사마다 페트병·종이컵⋯‘일회용품 줄이기’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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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 시장 행사마다 페트병·종이컵⋯‘일회용품 줄이기’ 무색

    [춘천 환경정책의 실태] ①성찰 없는 '보여주기'
    육 시장 참석 행사 4곳 중 하나는 일회용품 사용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의무 실천 사항
    재활용률 전국 꼴찌 수준, 잘 버려도 소각·매립

    • 입력 2023.05.18 00:03
    • 수정 2023.05.20 00:32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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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춘천시도 2년 전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등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시의 환경 정책은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조차 지키지 않을뿐더러, 그 내용 역시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붙는다. 춘천시의 기후·환경 정책이 ‘보여주기 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편집자 주>

    육동한 시장의 중요 경제 공약인 ‘창업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올해 1월 강원대 미래도서관에서 열린 춘천시 창업혁신협의회 출범식에서는 참석자 14명의 자리마다 생수가 놓였다. 뒷줄의 실무자 자리와 사회자 앞에 놓인 생수를 고려하면 이 행사에서 플라스틱 생수 30병 이상이 사용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500㎖ 생수 한 병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10.6g. 행사 한 번으로 318g의 탄소가 나온 셈이다.

    춘천시는 2019년 ‘일회용품 없는 청사’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후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경고에 따른 것이다. 춘천시 청사 내부에 다회용기 세척장을 마련하고, 일반 시민에게도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해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자원순환 교육 운영과 관련 활동 지원 등에 편성된 춘천시 예산은 14억9500만원에 달한다.

    애초에 공공기관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 공공에는 민간보다 더 엄격한 탄소 배출 저감 의무가 적용된다. 국무총리 훈령인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은 회의나 행사 주최 시 일회용품, 페트병에 든 생수와 음료수, 풍선, 우산 비닐 등을 구매하거나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회용품 감축 실적은 향후 정부가 각 공공기관의 평가 항목으로 활용하기 위해 검토 중일 정도로 핵심적인 실천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육동한 시장이 참석하는 굵직한 행사마다 플라스틱 통에 든 생수와 종이컵은 빠지지 않는다. 본지가 춘천시청 홈페이지 ‘통하는 시장실’ 현장 스케치에 게재된 행사 사진을 분석한 결과, 육동한 시장이 취임 이후 참석한 85개 행사 중 22개에서 페트병이나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춘천시는 2019년부터 '일회용품 없는 청사'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육동한 시장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마다 플라스틱 통에 든 생수와 종이컵이 비치되고 있다. 한 번의 행사에서 사용한 생수 30개로 인해 318g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는 2019년부터 '일회용품 없는 청사'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육동한 시장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마다 플라스틱 통에 든 생수와 종이컵이 비치되고 있다. 한 번의 행사에서 사용한 생수 30개로 인해 318g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외부 행사뿐 아니라 ‘춘천형 노인 통합돌봄 사업 추진전략 토론회’ ‘읍면동 주민 간담회’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춘천시 준비단 회의’ 등 춘천시가 마련해 시장이 주재하는 회의 자리에서도 플라스틱 통에 든 생수를 동원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야 할 춘천시 공직사회가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에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담당 부서인 자원순환과는 지난달 각 부서에 내부 공문을 보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시청 호반광장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행사 당일 주변에서 환경 문제를 1순위로 삼고 시정을 이끌어달라고 강조하니 육동한 시장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더라”는 후문을 전했다.

    ▶시장님, 일회용품 쓰면 안 됩니다

    춘천시의 환경 정책은 민선 8기 들어 퇴보했다. 춘천시는 앞서 2021년 4월,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목표는 2년 만인 올해 4월에 폐기됐다. 지역 차원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시기를 2050년으로 10년이나 늦춘 것.

    춘천에서 버려지는 폐기물 대부분은 재활용하지 못하고 소각 또는 매립된다. 춘천시는 올해 실 재활용률 목표를 55%로 잡았다. 현재로서는 버려지는 쓰레기의 절반도 제대로 재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춘천지역 일반폐기물 재활용률은 24.7%에 그쳐 전국 지자체 229곳 중 2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활용 실적만 보면 춘천시 성적표는 뒤에서 10등이다. 사용 후 배출한 플라스틱 100개 중 25개만 제대로 재활용되는 셈이다.

    춘천지역 일반 폐기물 재활용률은 24.7%로 
    춘천지역 일반 폐기물 재활용률은 24.7%로 전국 지자체 229곳 중 220위에 그친다. (자료=통계청)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강원지역에서 배출한 탄소 중 32.4%는 전기‧열을 생산하는 에너지산업, 16.0%는 제조‧건설업에서 나왔다. 수송(8.0%), 농업(2.2%) 산업 분야 역시 주요 탄소 배출원이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획기적으로 줄이기 쉽지 않다.

    폐기물(1.1%)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상에서 가장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탄소 배출원이다. 일회용품 사용이 만연한 춘천시 공직 사회로서는 탄소 중립의 걸음마조차 제대로 내딛지 못하고 있다.

    김하종 기후행동청년네트워크 오늘,잇다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 기간 육동한 시장에게 '기후위기를 마주한 청년들의 100가지 질문'을 보내 답변을 받았지만, 기후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질문의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춘천시에서 추진하는 환경 정책들이 있지만 대부분 실효성에 대한 고민 없는 '보여주기' 식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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