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창업도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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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창업도시의 조건

    • 입력 2023.05.15 00:00
    • 수정 2023.05.15 08:26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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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최근 춘천에서 ‘창업도시’ 조성을 위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우리 도시가 가진 6개 대학의 창업 인프라를 활용해 교육과 공간, 기술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창업도시’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대학은 과학과 기술, 인문과 도시, 경제와 환경, 가치와 실용 등 창업도시를 만들기 위해 따져야 할 모든 요소를 갖춘 거의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창업 지원은 취업 연계보다 어렵다. 대학이 기업가 정신, 아이디어 발굴 등 창업에 필요한 태도를 길러내고 기술, 자본, 사람 등 자원을 제공하는 것은 창업자 개인을 기업과 조직의 ‘씨앗’으로 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지원은 예비 취업자 지원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다.

    도시가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사업체나 일자리를 늘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 개방적이고 낙관적인 사고 등은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사고와 정체성, 대화와 경험 등 지역의 사회적 관계 속에 녹아 있는 도시의 DNA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창업도시’라는 말이 이에 대한 증거다.

    그래서 도시나 대학이 창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역량이나 지역 일자리를 위한 게 아니다. 창업은 새로운 정신과 영감, 태도를 도시에 불어넣고 상상력과 기술, 지식을 동원할 기회를 마련해 경제, 사회, 문화적 번영을 꾀하는, 도시혁신의 중요한 전략이다.

    모든 도시의 혁신역량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혁신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면 창업도시의 전략과 환경이 중요하다. 특히 과학과 기술 등 핵심자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춘천이 창업도시 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창업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분권과 자치’의 수준이다. 정치적 분권과 지역 자치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방식보다 더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 데 유리하다. 기존의 제도와 규칙을 바꿀 수 있는 도시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규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지역보다 새로운 해결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유능하고 탁월한 창업가들과 프로젝트들은 당연히 그 도시를 찾게 될 것이다. 당면한 강원특별자치도와 인구 30만 특례도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파괴적 혁신’의 수용이 중요하다. 이는 기존의 산업을 대체해 당장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도 있고 여러 지역이 실제로 이런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도시들은 혁신을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거부하기보다 변화와 파괴적 속성을 더 받아들여 이에 대한 적응과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통, 에너지, 탄소 중립 등 시대의 전환을 위한 파괴적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혁신경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창업도시의 창조성과 혁신성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창조성은 뛰어난 한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환경의 반영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다른 아이디어를 드러낼 수 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환경 속에서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천재적 예술가, 혁신적 기업가, 탁월한 정치인들은 사실 자신들의 상상력과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곳에서는 헛된 꿈을 꾸는 바보가 된다. 춘천은 꿈꾸는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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