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피플] "야구 심판, 기계보단 스포츠맨십으로 사람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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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피플] "야구 심판, 기계보단 스포츠맨십으로 사람이 해야"

    박석운 춘천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장
    프로 심판, ‘선출’ 아니면 도전조차 힘들어
    큰 오심할 경우 강한 징계 조치 내려야
    기계심판 도입엔 ‘인간미’ 실종 우려

    • 입력 2023.05.08 00:02
    • 수정 2023.09.07 11:34
    • 기자명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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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다양한 스토리와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받으며 개막 한 달도 안 돼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흥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의 재판관이라 불리는 ‘심판’의 오심에 선수와 코치가 판정에 불복하고, 일각에선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기계 심판’ 도입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계 심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은 사회인야구 심판 15년 차인 박석운(51) 춘천시야구협회 심판위원장과 오심 논란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박석운 춘천시야구협회 심판위원장.(사진=본인 제공)
    박석운 춘천시야구협회 심판위원장.(사진=본인 제공)

     

    사회인야구 심판은 ‘수입’보다 ‘야구에 대한 열정’
    춘천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석운입니다. 심판위원장이라 특별해 보이지만, 춘천에서 경기당 5만원을 받고 심판을 봅니다. 야구를 많이 좋아하고 다른 운동경기보다 심판이 경기에 개입하는 비중이 커 매력적이지만, 그것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 전기지부 사무국장이라는 본업도 있습니다.

    춘천 사회인야구 81개팀, 40여명 심판 참여
    프로팀은 없지만, 춘천도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춘천을 연고로 하는 사회인야구 리그인 ‘춘천 호반 리그’는 올해로 28년째 운영되고 81개팀 2200여명의 선수와 40여명의 심판이 있고 전국대회인 ‘춘천소양강배 야구대회’도 진행 중입니다.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주관하는 심판수료 과정을 10주간 수료해야 한다.(사진=박석운 위원장)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주관하는 심판수료 과정을 10주간 수료해야 한다.(사진=박석운 위원장)

    프로야구 오심 논란, ‘책임감과 경각심’ 강화 필요
    프로야구 오심 논란은 사회인야구 심판의 위치에서 말하기는 사실 난감하고, 야구 팬으로서는 많이 아쉽습니다. 그들도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판정 하나로 경기 결과가 바뀌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야구 심판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임무와 권한을 지닌 만큼 더 전문적이고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프로야구 심판이 오심으로 징계받으면 벌금을 내거나 2군으로 강등되지만, 대부분 선수 출신밖에 없어 금방 돌아옵니다.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이니 어처구니없는 오심을 할 경우엔 지금보다 훨씬 강한 징계로 분명한 책임감과 경각심을 심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계심판 도입, ‘야구의 인간미’ 실종 우려
    심판의 오심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계심판 도입은 반대합니다. 야구에서 동업자 정신,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이유는 야구 경기의 목적이 승부뿐 아니라 상호 존중과 우호를 높이는 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이 중심이어야 하는 거죠. 최고의 선수가 실책하고,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다양한 반전과 감동이 재미를 더하듯 심판도 사람이어야죠. 기계심판이 오심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단순히 효율성만 본다만 선수도 사람보다 힘이 세고 빠른 기계 선수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말했듯 야구의 심판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눈을 가졌기에 공정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야구를 즐기는 문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 심판 판정 논란에 대해 박 위원장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석운 위원장)
    프로야구 심판 판정 논란에 대해 박 위원장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석운 위원장)

    국내 야구 심판, 구조적 변화 필요
    야구 심판이 되기 위해 따로 자격증이 있진 않아요. 1년에 한 번 서울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심판수료 과정을 10주간 듣고 수료증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경우 프로나 엘리트 체육 선수 출신(선출)이 아닌 심판이 거의 없어요. 야구 종주국 미국에는 선수 출신이 아닌 심판이 많은 것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죠. 이 때문에 심판 관련 문제가 발생해도 징계 수위가 약하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선수 출신이 아닌 경우 프로야구 경기 심판이 되기 어렵고 사회인야구 심판으로는 경제적 한계가 있는데 10주나 교육받긴 현실적으로 힘들어 인력 풀도 제한돼 악순환되는 것이죠.

    야구, 함께하는 ‘동업자 정신’으로 즐기는 스포츠
    전국대회 때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분이 있었어요. 보통 선출들은 자부심도 강하고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해서 판정에 더욱 예민해 리그 홈페이지에 판정에 대한 불만을 글을 남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팀이 졌음에도 정확히 판정해 줘서 고맙다는 글을 남겨 줘 주심으로서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기계심판의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도전과 변화, 공정성이 담긴 스포츠맨십으로 야구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준용 기자 jypark@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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