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살이냐고요? 맞춰보세요.” 춘천 최연소 버스기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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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살이냐고요? 맞춰보세요.” 춘천 최연소 버스기사를 만나다

    올해 25세 춘천시민버스 기사 김범수씨
    한달에 22~24일 일하지만 워라밸 만족
    상사·동료 스트레스 없는 것도 장점
    안전 운행 덕에 승객 민원 거의 없어

    • 입력 2023.05.06 00:01
    • 수정 2023.08.10 16:42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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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춘천 후평동에 위치한 춘천시민버스 본사. 운행준비를 마친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30일 오후 춘천 후평동에 위치한 춘천시민버스 본사. 운행준비를 마친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30일 오후 춘천 후평동에 위치한 춘천시민버스 본사. 이곳에서 춘천 최연소 버스기사인 김범수(25)씨를 만났다. 만 22세부터 버스기사 생활을 시작해 벌써 기사 경력 3년차다. 주·야간이 수시로 바뀌는 고단한 일이지만 그는 운전하는 게 늘 즐겁다고 말한다. 춘천 버스기사로서 그가 느끼는 보람과 고충에 대해 MS투데이가 들어봤다. 

    Q. 춘천 버스 기사 중 최연소라고 들었어요.

    제가 1998년생이라 올해로 나이가 스물여섯살(만 25세)인데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50~60대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20대 버스기사가 저를 포함해서 몇 명 없거든요. 제가 나이가 더 어려서 최연소 타이틀을 갖게 됐지만요. 덕분에 동료분들한테 인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네요.  

    Q. 버스기사가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제가 원래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만 18세가 되자마자 운전면허증을 땄어요. 1년 뒤에는 대형먼허도 바로 취득했고요. 사실 기사라는 직업도 운행할 수 있는 게 화물차, 택시, 버스 등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화물보다는 사람을 태우는 기사가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택시기사도 생각해봤는데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적어서 버스기사를 하고 싶더라고요. 또 버스는 노선이 딱 정해져 있고 그것대로 반복운행하면 되니까 저에게 잘 맞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군대 전역하고 거의 바로 버스기사를 준비했죠. 운이 좋았는지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김범수씨가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김범수씨 제공)
     김범수씨가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김범수씨 제공)

    Q. 워라밸은 만족하시나요?

    일주일에 한 번 쉴 때도 있고 두 번 쉴 때도 있는데요. 보통 한 달에 22~24일 일한다고 보시면 돼요. 급여는 그래도 만족할 만큼 받고 있어요. 주간·야간 근무가 수시로 바뀌긴 하지만 다음날 일할 때까지 8시간 이상 휴식시간이 있어요. 그래서 이것도 별로 문제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이 일에 정말 만족하고 있답니다. 승객들을 태우고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일하거든요. 운전할 때만큼은 쓸데없는 고민이나 걱정들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에요.  

    Q. 버스기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장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제가 흔히들 말하는 MZ세대이긴 한데요. 주위 사람들 보면 직장상사나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심하면 이직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전 그런 게 전혀 없어요. 버스라는 공간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혼자 일하기 때문에 상사가 따로 없고, 동료랑 마찰 생길 일도 없거든요. 물론 동료분들이 워낙 좋고 잘 챙겨주셔서 원래 그런 걱정이 없긴 했지만요(웃음).  

    Q. 승객들한테 운행 관련 민원을 받기도 하나요?

    제가 일한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민원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어요. 첫 근무지인 경기도에서 1년 6개월 정도 일하고, 춘천시민버스에선 작년 5월부터 근무했는데요. 안전 운행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더라도 항상 조심하려고 해요. 물론 운행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요. 이럴 땐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운전에 더 신경쓰고 있어요.  

     

    김범수씨가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김범수씨가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Q. 버스기사로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승객분들이 안전 운전 고맙다며 먹을 것을 건네시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그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제가 일을 제대로 잘하고 있구나를 느끼기도 하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음료수나 과일 같은 걸 받으면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기사님, 감사합니다”하고 내리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때도 정말 뿌듯하죠. 앞으로도 열심히 운전하고 승객들한테도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마구 샘솟는답니다.  

    Q. 운행을 하다 화장실이 급할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아! 이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일단 버스 운행 전에 항상 화장실을 다녀와요. 그런데도 급하다 그러면 일단 최대한 참아요. 버스기사를 하다 보면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일은 잘 없긴 해요.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유소나 근처 화장실을 이용한다더라고요.   

    Q. 버스 운행을 하면서 힘든 적은 없나요?

    힘들다기보다는 당황했던 적이 몇 번 있는데요. 잔돈이 없다면서 1만원짜리 지폐를 내려고 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그런데 요금기가 동전만 있는 구조라 잔돈을 거슬러 드릴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바꿔드리기도 하고, 계좌번호를 따로 적어서 거스름돈을 이체해드리기도 해요. 물론 이제는 적응돼서 이런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는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간혹 버스기사들한테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하시는 시민분들이 있는데 일부러 늦게 도착하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차가 막히거나 어쩔 수 없는 교통상황 때문에 늦은 거니 조금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애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춘천시민버스 많이 이용해주세요!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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