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구두 신나요”⋯춘천서 구둣방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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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누가 구두 신나요”⋯춘천서 구둣방이 사라진다

    직장인들의 캐주얼 복장과 운동화 선호현상으로
    구두수선공들의 일감도 대폭 줄어드는 추세
    손님 없어 소일거리로 구둣방 운영하는 경우도
    전문가 “구둣방 감소 현상 앞으로도 계속 될 것”

    • 입력 2023.05.02 00:01
    • 수정 2023.05.03 00:04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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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한 시민이 춘천 명동의 구둣방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27일 오후 한 시민이 춘천 명동의 구둣방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 명동에서 30년 동안 구둣방을 운영하는 이강일(57)씨. 이씨는 과거에 직원을 4명까지 둔 사장이었다. 한창 잘될 때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직원 4명이서 눈코 뜰 새 없이 일했다. 하지만 27일 하루 종일 이씨의 구둣방을 찾은 손님은 뒷굽을 갈러 온 1명 뿐이었다. 이씨는 “예전에 비해 먹고 살 만하니까 젊은 사람들이 새로 구두를 사고, 굳이 수선해서 신지 않는다”며 “구둣방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50~60대고 젊은 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직장인들의 구두를 수선해주고 굽을 갈아주던 구둣방들이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복장 문화가 비즈니스 캐주얼 중심으로 바뀌고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두가 망가져도 수선해 신기보다는 새로 사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인근의 다른 구둣방은 이씨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손님이 뜸한 건 마찬가지였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구두수선공 김모(57)씨는 “7~8년 전부터 경기가 어려워져서 구둣방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 역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직원 3명과 함께 쉴 새 없이 구두를 닦았지만 지금은 나 혼자서 일하는데도 인건비 건지기조차 쉽지 않은 처지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비싼 구두를 사서 애지중지해 수선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저렴한 신발을 사서 1년 정도 신다가 그냥 버린다”고 이야기했다.

    김씨가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주고 받는 돈은 4000원. 8년 전 3000원에서 1000원 올린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10년 사이 물건값이 2배 넘게 오른 것도 있는데, 물가상승률을 따져보면 구두 닦는 비용은 사실상 그대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씨의 구둣방에서 인터뷰를 시작한지 30분만에 이날 첫손님을 볼 수 있었다. 구두 뒷굽을 갈러 온 유모(65)씨였다. 유씨는 “구두 닦거나 수선하러 가끔씩 온다”며 “우리 세대는 구둣방을 자주 이용했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구둣방의 감소가 자연스러운 시대변화라고 설명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직장들의 옷차림이 캐주얼하게 바뀌면서 구두를 신을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며 “하루 종일 업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불편한 구두보다 운동화를 더욱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두를 신는 소비자의 경우에도 해당 브랜드에 수선을 맡기는 추세라서 구둣방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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