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식욕억제제, 이렇게 쉽게 처방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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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성 식욕억제제, 이렇게 쉽게 처방된다고?

    중추신경에 작용해 배고픔 덜 느끼게 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이나 의존성 유발할 수 있어 BMI 일정 기준 이상일 때만 사용
    실제로는 초진 없이도 한 달 이상 식욕억제제 처방 가능해

    • 입력 2023.04.29 00:01
    • 수정 2023.04.30 00:04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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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욕억제제가 춘천지역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식욕억제제가 춘천지역에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춘천지역에서 식욕억제제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욕억제제란 중추신경에 작용해 허기를 줄여주는 등 식욕을 억제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의미한다. 환각·각성 등을 일으키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등 총 4가지다. 식약처에서 정한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기준을 보면 식욕억제제 처방은 체질량 지수(BMI) 검사 결과 30 이상인 비만 환자에게 4주 이내 단기로 사용하되 최대 3개월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병원에 방문해 다이어트를 한다고 이야기하면 간단하게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기자가 26일 춘천에 있는 가정의학과, 피부과 등 5곳에 식욕억제제 처방을 문의했다. 5곳 중 4곳에서 식욕억제제 처방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만이 아닌 보통 체형이어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병원 4곳 모두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누가 봐도 너무 마른 것만 아니면 약을 처방해준다”며 “여름이 다가오면서 보통 체형인 분들도 마른 것을 선호해 약을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4주 이내 단기로 사용해야 한다는 식약처 안전 사용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기자가 초진에 며칠 분까지 약 처방이 가능하냐고 묻자 병원 두 곳에서는 “초진은 일주일 치 약만 나가고 재진부터는 한 달가량도 가능하다”고 말한 반면, 한 병원은 “초진에도 식욕억제제를 한 달 넘게 처방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다른 한 곳은 초진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2달분까지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부작용으로 수면장애, 손 떨림, 피로감, 우울증, 환각, 환청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사가 사용 기준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서면 경고에 그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도내에서는 한 의사가 자신의 환자에게 3500정이 넘는 식욕억제제를 처방해 논란이 됐다. 춘천지법에 따르면 의사 A씨는 2020년 10월 10일부터 2022년 4월 5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내원한 40대 여성 B씨에게 28회에 걸쳐 식욕억제제 3588정을 처방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무분별하게 처방된 식욕억제제가 SNS 등을 통해 무방비로 유통되기도 한다. 병원에서 대량으로 약을 처방받은 후 SNS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판매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견되고 있다. 판매자가 웃돈을 받고 식욕억제제를 대리구매한 후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에서는 식욕억제제를 온라인상에서 되판 15명과 구매자 1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사들이 식욕억제제를 처방할 때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BMI 기준이 최소 25 이상일 때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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