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춘천시 새내기 공무원과 나무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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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춘천시 새내기 공무원과 나무심기 

    • 입력 2023.04.26 00:00
    • 수정 2023.04.27 06:35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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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는 최근 춘천시청 앞 정원에서 새내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그래픽=이정욱 기자)
    춘천시는 최근 춘천시청 앞 정원에서 새내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그래픽=이정욱 기자)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딛는 춘천시 신입 공무원들이 최근 시청 청사 앞 정원에 나무를 심었다. 새내기 공무원 53명은 나무에 자기 이름표까지 달았다. 식목일 행사가 아닌 시보(試補) 꼬리표를 떼고 정식 공무원에 임용되는 것을 기념하는 이벤트였다. 시보는 말 그대로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적격성을 판정받기 위해 일정 기간 거치는 시험 기간 중의 신분이다. 공무원으로서 이들의 출발은 시청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현재와 미래의 춘천시 풀뿌리 행정을 담당할 재목들이기 때문이다.

    한데 춘천시는 ‘새내기 공무원 시보 해제 나무심기’를 젊은 공무원들의 이직과 연결했다. ‘새싹 공무원 나무 심어요’라는 자료를 통해 공무원들의 퇴사가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새내기 공무원들의 업무 적응을 높이고, 공무원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어이없다” “보여주기”라는 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새내기 공무원들과 소통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려 했다는 춘천시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진부하고 생뚱맞다. 젊은 공무원들의 정서와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은 전형적인 관료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나서다.

    춘천시청 8급과 9급 공무원 가운데 8명이 지난해 사표를 던졌다. 올해는 석 달 만에 벌써 9명이 떠났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발을 내디딘 젊은이들의 조기 퇴직이다. 특히 가장 의욕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공직 포기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조직의 건강 측면에서 이상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새내기 공무원들의 나무심기에 공무원 퇴사를 결부시킨 춘천시의 안이한 처사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다. 심각한 사안을 이벤트로 접근한 탓이다.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은 비단 춘천시만의 고민은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국가직 공무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1년 국가직 공무원 중 근무 기간 5년 미만 퇴직자는 1만693명이다. 2017년 5181명의 두 배다. 전체의 89%를 차지하는 8·9급 퇴직자 가운데 20·30대가 80% 이상이다. 젊은이들의 공직 탈출을 놓고 ‘시대적 추세’라는 식의 진단은 무책임하다. 외려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 혁신이 절실하다는 게 한층 설득력이 있다. 낮은 보수,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근속 승진 기간 등 근본적인 문제를 쉽지 않더라도 손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공직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다. 춘천시는 역시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일회성 행사가 아닌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토양, 문화를 조성하는 데 먼저 힘써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로 키우기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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