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모아 그림으로” 강원대생들이 만드는 특별한 물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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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 모아 그림으로” 강원대생들이 만드는 특별한 물감은?

    화장품 미세 플라스틱, 환경 오염시켜
    폐화장품으로 물감 만드는 강원대생들
    수집·제작·전시회 등 모두 직접 운영해
    LH, 강원대 등 각종 기관 지원도 활발

    • 입력 2023.04.15 00:01
    • 수정 2023.09.07 11:35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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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 춘천캠퍼스 곳곳엔 폐화장품 수거함이 놓여있다. 폐화장품을 물감으로 재활용하는 ‘발라’(BALA)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화장품을 이용해 만든 물감은 폐화장품 물감 전문 화가와 천연 원료 물감을 만드는 작가들에게 보낸다. 작가들로부터 시중 제품과 품질이 비슷하다는 호평을 얻어 실제 작품에도 사용됐다. 다음달엔 이 물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모아 전시회도 진행한다.

    ‘발라’ 프로젝트는 화장품에 들어간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민경서, 원종건, 금아현, 박수정, 장윤서씨 등 강원대 학생 5명이 주도한다. 춘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버린 화장품이 그림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라'(BALA)는 강원대 학생 다섯 명으로 이뤄져 폐화장품 수거, 물감 제작 및 실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발라'(BALA)는 강원대 학생 다섯 명으로 이뤄져 폐화장품 수거, 물감 제작 및 실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 ‘발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경서) 발라는 폐화장품을 물감으로 만들어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알리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프로젝트입니다. ‘Bloom Again, Look Again’이란 의미로 버려지는 폐화장품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림으로 다시 아름다움을 꽃피울 수 있게 하자는 뜻이에요. 그래서 폐화장품을 물감으로 재활용해 보급하고 있어요.

    ▶ 폐화장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도 많을 듯해요.

    (경서)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파이브 자이어스 연구소’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2019년 기준으로 171조개, 무게는 230만t에 달한다고 해요. 2005년엔 16조개였는데 14년 만에 열 배 넘게 늘어난 거죠. 현재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요.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발생해서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페트병에서도 나오고 치약 속에 들어있는 알갱이도 미세 플라스틱이죠.

    ▶ 활동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종건) 강원대 기숙사, 학생 식당 등 네 곳에 설치된 수거함으로 폐화장품을 모아요. 환경단체로부터 폐업한 화장품 회사 제품을 지원받아 물감 제작도 하고요. 전문 화가들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홍보하고 피드백을 받아 더 좋은 물감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음 달엔 작가, 유튜버들과 서울에서 전시회도 열 예정이에요. 수거함에 넣었던 본인들의 화장품이 그림으로 재탄생한 모습을 보며 새로운 의미를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강원대 캠퍼스 안에 설치된 폐화장품 수거함. (사진='발라' 제공)
    강원대 캠퍼스 안에 설치된 폐화장품 수거함. (사진='발라' 제공)

    ▶ 폐화장품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죠?

    (아현) 유명 화장품 브랜드 유튜브 영상에서 멀쩡한 화장품을 부수거나 실험하는 걸 봤어요. “많은 화장품이 저렇게 버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다른 처리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시작했어요. 화장품 내용물을 휴지 등으로 닦아 일반 쓰레기에 버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물에 헹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게 바다로 흘러 들어간 화학물질과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을 파괴합니다.

    ▶ 물감 만드는 과정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수정) 한 번 폐화장품을 수거할 때 보통 화장품 150개 정도가 모여요. 그걸 저희끼리 하루나 이틀 동안 직접 모아서 분류하죠. 아이섀도 같은 화장품은 팔레트처럼 생겨서 일일이 파내야 해요. 그렇게 모은 화장품들을 색깔별로 구분해 물감으로 만들죠.

    (윤서) 쿠션으로 유화, 아이섀도로 수채화 물감을 만들어요. 파운데이션 등과 섞여 물감 재질이 만들어지죠. 아이섀도는 반짝이는 효과를 줘 작가들한테도 반응이 좋았어요. 바다로 흘러가면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건데 말이에요. 쿠션 케이스는 물감 통으로 쓰기도 하고요.
     

    폐화장품을 이용해 물감을 만드는 모습. (사진='발라' 제공)
    폐화장품을 이용해 물감을 만드는 모습. (사진='발라' 제공)

    (아현) 색깔 이름도 재밌게 붙여봤어요. 그냥 빨간색, 파란색 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질 좋은 토양’ ‘물에 빠진 장미’ ‘핑크빛 솜사탕’ 등 색깔별로 개성 있는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료가 되는 화장품 색도 매번 조금씩 달라서 완전히 똑같은 물감 색상이 두 번 나오긴 힘들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색깔인 거죠.

    ▶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나요?

    (경서) 처음 시작하고 6개월 동안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해서 저희 사비로 모든 운영비를 충당했어요. 환경 보호라는 의미를 찾는 일이지만 그래도 활동하는데 다른 걱정이 생기면 집중하기 어렵잖아요. 그러다가 메이저러너라는 강원대 학생 지원 프로그램과 창업 동아리 지원에 선정됐어요. 전국에서 20팀만 뽑히는 LH소셜벤처 지원사업에도 뽑혔죠. 그래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엔 강원대 창업중심대학 사업단장상을 받기도 했어요.
     

    '발라' 프로젝트 팀원들이 폐화장품으로 만든 물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발라' 프로젝트 팀원들이 폐화장품으로 만든 물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수정) 폐화장품 수거함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다 쓴 섬유유연제 통도 있었고요. 복도에 수거함이 있으니까 일반 쓰레기통인 줄 알았나 봐요. 그런 것도 일일이 다 분류해 버렸던 것도 기억나요.

    ▶ 궁극적인 활동 목표가 있나요?

    (종건) 페트병, 음식물 등과 달리 화장품은 올바른 분리수거 방법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인지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더 많은 분에게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알리고 싶어요. 화장품 회사들도 재활용할 수 있는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고 재료를 통일해줬으면 좋겠어요. 상업성에만 치중하기보다 미래를 생각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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