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이주 강원인의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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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제이주 강원인의 디아스포라

    ■[칼럼] 윤수용 콘텐츠 1국장

    • 입력 2023.03.30 00:00
    • 수정 2023.03.30 15:24
    • 기자명 윤수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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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1930년대 중국 지린성 안투현 인근 강제이주 강원인 마을 모습. (사진=독자 제공)
    사진은 1930년대 중국 지린성 안투현 인근 강제이주 강원인 마을 모습. (사진=독자 제공)

    “중국 북간도 행 열차에 올랐던 강원인들은 인내심 있고 순박해 일제의 강제이주 정책이 수월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십수 년 전 중국 지린성 안투현에서 만난 강원도 출신 조선족 할머니의 증언이다. 북간도로 이주한 강원인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소작농으로 전락한 농민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다. 1937년부터 1939년까지 3차례에 걸친 강원인의 강제이주는 '디아스포라(Diaspora)'와 '노스텔지어'로 점철된다. 지금도 중국 지린성 옌볜과 안투현은 강원인 집단강제 이주의 종착지이자, 마음의 고향으로 생존 중이다. 

    일제가 치밀한 만주 강제이주 계획을 구체화하던 1937년 3월부터 1140가구, 5700여명의 강원인이 중국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또 강원도 본적 출신으로 강제 징용된 피해자만 2만1946명이다. 강제이주 강원인이 겪은 ‘눈물의 아리랑 스토리’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증언과 자료로 남아있다.

    필자가 일제의 강제이주를 소환한 이유는 강원인의 디아스포라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뭉개질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 안과 한일정상회담은 역대급 후폭풍을 맞고 있다. ‘배상 안’이 ‘양보안’으로 불릴 정도다. 일본은 정부의 한일정상회담 직후에도 교과서에 ‘강제동원’은 빼고, ‘다케시마’는 넣는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강제동원과 강제이주의 아픔을 간직한 강원도에서도 말들이 많다. 바로 위정자들과 정치권의 정쟁에서 시작한 자기합리화다. 

    그런 말들은 입길에 올랐다. 김진태 도지사는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윤석열 대통령의 고뇌 어린 결단”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과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에만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모양새는 좋지 않다. 이를 비판하는 반대진영도 진정 강원도와 강제이주를 당한 우리의 조상을 대변하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우리 정부의 해법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68%가 ‘한국 양보안’에도 강제동원 해결이 어렵다고 답했다. 한국 내 반발을 가장 큰 이유다. 대학교수들은 철회 촉구에 나섰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정권 퇴진’ 시국미사를 열었다. 한 현직 판사는 일본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 회복청구권의 경우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제주도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 방안 찾기에 나섰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은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국내자산압류와 현금화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 해법을 거부하고 직접 배상을 위한 추가 법적 대응이다.

    강원인들은 일제의 감언이설로 포장된 강제 이주정책의 피해자다. 일제의 강제이주에 악용당한 뼈아픈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서사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경고다. 정부의 방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표명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조상의 가슴 아픈 이주역사 조명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현재 중국 지린성 곳곳에는 강원촌, 원주촌, 고성촌, 춘양촌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세대의 부재로 해체 수준이다. 역사가 사라지고 있다. 일제의 강제동원이 민낯으로 다시 세상에 나와 공론화되고 있는 지금이 적기다. 중국 56개 민족 중 하나로 분류된 조선족의 일원인 강제이주 강원인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진정한 ‘강원도의 힘’일 것이다. 정치적 수사로만 포장된 정쟁은 사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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