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상언더그라운드 활성화 없이 춘천 문화도시 갈 길 멀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설] 상상언더그라운드 활성화 없이 춘천 문화도시 갈 길 멀다 

    • 입력 2023.03.29 00:00
    • 수정 2023.03.29 10:07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상언더그라운드 구간임을 알리는 간판이 지하상가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상상언더그라운드 구간임을 알리는 간판이 지하상가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가 힘줘 추진한 ‘상상언더그라운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지하상가의 빈 점포를 춘천만의 특색을 지닌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한데 만 2년도 채 안 된 현시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다. 문화예술을 지하상가와 접목을 시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던 애초 취지를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불 꺼진 문화 공간 탓에 지하상가를 맘먹고 방문한 시민들마저 발길을 멈추거나 돌리고 있다. 상상언더그라운드의 활성화를 위해 사업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상상언더그라운드는 춘천시 중앙로 1가 80번지 일대를 대상으로 한 ‘문화가 숨 쉬는 조운동네’ 사업 가운데 하나다. 19억여원을 투입해 2021년 6월 선보였다. 지하상가의 빈 점포 42곳을 청소년 공간, 소공연장, 전시실, 교육실로 바꾼 데다 예술가들의 현장 작업실과 갤러리 등으로 꾸몄다. ‘조운동네’ 총사업비 330억원 중 규모는 작지만,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2021년 1월 문화도시로 지정된 춘천시에 딱 맞는 사업이다.

    상상언더그라운드가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변변한 문화공연이나 행사도 보기 힘들다. 입주했던 일부 단체들은 빠져나가고 있다. 문이 닫힌 공간에는 수개월 지난 우편물이 쌓여 있거나 비품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창고와 같다. 불 꺼진 공실은 오히려 상권의 소멸로 비칠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개그 공연 단체가 쓰던 공간 4곳 중 3곳은 상인회 간담회 등의 장소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춘천인형극 단체는 인형극장과의 접근성과 유지 관리 등의 어려움으로 입주를 포기했다. 42곳 가운데 대관이나 대여 형태로 운영되는 공간을 뺀 28곳 중 여러 곳은 오랜 기간 공실이다. 

    문화는 임대료 부담 없이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내줬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배려해야 한다. 협소한 공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수도 시설이 없어 화장실에서 물을 떠다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다. 예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상상언더그라운드와 관련해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철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입주 단체와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은 기본이다. 문화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나아가 “상권 활성화의 효과가 전혀 없다”, “공실에 불이라도 켜놨으면 좋겠다”라는 상가 입주자들의 불만과 하소연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문화도시는 예술인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