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화훼 농장, ‘봉오리 튤립’으로 전국 휩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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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화훼 농장, ‘봉오리 튤립’으로 전국 휩쓸다

    춘천 6개 농가 합심해 농업회사법인 설립
    화훼농가와 유통업체 중개, 농가 판로 확보
    '봉오리 상태'로 출하, 꽃 관상 기간 늘려
    장 볼 때 가볍게 꽃 사서 즐기는 문화 꿈꿔

    • 입력 2023.03.25 00:01
    • 수정 2023.09.07 11:36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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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지역은 전국 화훼산업의 숨은 강자다. 특히 절화(가지를 잘라 꽃꽂이‧다발 등에 이용하는 꽃)의 경우 국내 수출액의 절반을 강원도가 차지하고 있다. 춘천 역시 화훼농가 8곳이 품질 좋은 꽃을 생산하는 국내 화훼산업 대표 지역 중 하나다.

    본지는 춘천 화훼산업의 선두 주자인 농업회사법인 화림의 임동진(51) 대표를 만났다. 화림은 춘천지역 화훼농가 6곳이 합심해 2019년 설립,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유통 체계를 확립하며 연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임 대표가 운영하는 개인 화훼농장 역시 지역 최대 규모다. 봉오리 상태로 파는 튤립이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표 상품이다. 임 대표는 “꽃 한송이가 주는 기쁨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춘천지역 화훼산업을 이끄는 임동진(51) 농업회사법인 화림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춘천지역 화훼산업을 이끄는 임동진(51) 농업회사법인 화림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Q. 봄을 닮은 춘천에서 아름다운 꽃이 재배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춘천은 국내 화훼산업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국내 튤립 생산량의 13%가 춘천에서 납니다. 오직 춘천지역 농가에서만 생산되는 품종도 있고요. 이곳 광판리에만 5개 화훼농가가 운영 중입니다.

    Q. 유통 기능을 담당하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계기가 있나요?

    각 농가에서 납품하면 화림에서 유통을 담당해요. 소속 농가에서 전체 물량의 3분의 1 정도를 생산하고, 다른 지역 농가에서 물건을 받아 판매처와 연결해주는 중간 다리 역할도 합니다. 대부분 화훼농가 규모가 영세해서 대형 유통 채널과 직접 상대하기 어렵거든요. 

    Q. 마켓컬리에 입점하면서 춘천산 꽃이 전국으로 팔리게 됐어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꽃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났어요. 이 수요와 마켓컬리 전략이 부합했어요. 화림은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생화의 80%를 공급하고 있어요. MS마트를 비롯해 춘천지역 유통업체에도 납품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부담 없이 꽃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합니다.

    Q. 꽃이 다 피지 않은 상태로 출하하는 이유가 있나요?

    다른 지역 생산자들은 이미 개화한 튤립을 팔아요. 그러면 살 때는 좋지만 그만큼 빨리 시들거든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화하기 전 봉오리 상태로 출하합니다. 그대로 물에 꽂아두면 꽃이 피어가는 과정을 즐기면서 오래 감상할 수 있거든요. 소매 꽃집 입장에서도 꽃이 빨리 시들어 폐기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고요. 하지만 아직 많은 소비자가 꽃이 피기 전에는 만개했을 때 모양을 잘 모르기 때문에 봉오리 상태에서 사는 걸 꺼리더라고요. 관상용으로 집에서 사용할 꽃이라면 더 오래 즐기기 위해 봉오리 상태로 사는 걸 추천합니다.

     

    화림에서 생산하는 라넌큘러스. 출하 단계에서는 꽃 봉오리가 작지만 물에 꽂으면 만개해 풍성해진다. (사진=권소담 기자) 
    화림에서 생산하는 라넌큘러스. 출하 단계에서는 꽃 봉오리가 작지만 물에 꽂으면 만개해 풍성해진다. (사진=권소담 기자) 

    Q. 춘천이 화훼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있을까요?

    강원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부모님을 도와 오이 농사를 지었는데 수입이 좋지 않았어요. 농사를 접고 3년간 전국을 누비면서 하우스 설치하는 일을 했어요. 다른 지역 농가에서 꽃을 재배하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죠. 그 길로 꽃을 심기로 했습니다. 2004년 당시 저를 포함한 농가 3곳에서 백합 농사를 시작했어요. 2009년쯤 생산량이 늘고 품질 관리가 잘 되면서 이름이 알려지게 됐죠. 그리고 2018년부터 튤립을 생산하면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고요.

    Q. 처음 튤립을 재배하신 계기가 있나요?

    한때 백합 농사가 어려워졌어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백합을 수입해가는 양이 줄었고요. 청탁금지법이 도입되면서 꽃을 뇌물로 여기는 바람에 수요가 감소했거든요. 또 춘천은 겨울이 너무 추우니까 사실상 여름 농사만 가능하거든요. 겨울에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네덜란드 연수를 가서 튤립을 만나게 됐어요. 국내 튤립 재배가 본격화되면서 색상도 다양해졌고 인기가 늘었어요. 춘천지역 농가에서 30여개 색상의 튤립을 생산하니까 그만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죠.

     

    관상 기간을 늘리기 위해 피지 않은 상태로 출하하는 화림의 튤립. (사진=권소담 기자) 
    관상 기간을 늘리기 위해 피지 않은 상태로 출하하는 화림의 튤립. (사진=권소담 기자) 

    Q. 평소 작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차별화, 브랜딩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처음 꽃을 접하는 사람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품종의 이름을 붙이는데도 고민을 많이 하고요. 예를 들어 ‘애플망고 튤립’은 국내에서는 화림에서만 생산하는데요. 학명은 복잡한데 ‘애플망고’라고 부르니까 어떤 모양과 색깔의 꽃일지 잘 이해하고 기억하더라고요.

    Q. 앞으로 지향하는 미래가 있다면?

    거창한 포장 없이도 사람들이 장을 보러 갔다가 가볍게 꽃 한 단을 사서 집에 두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원짜리 과자는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같은 돈으로 꽃을 사면 일주일 내내 행복할 수 있거든요.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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