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지 줍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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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폐지 줍는 노인

    • 입력 2023.03.15 00:00
    • 수정 2023.03.15 08:56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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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지난해 2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강원도내 노인은 456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지난해 2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강원도내 노인이 456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폐지를 줍는 노인의 삶은 팍팍하다. 종이상자나 고물을 겹겹이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끄는 노인의 모습은 전국 어디서나 낯설지 않다. 춘천의 도심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루 11시간 폐지를 주워 팔아 손에 쥐는 노동의 대가는 1만원 가량이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그 마저도 값이 폭락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에 견주는 자체가 남사스럽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총생산(GDP) 1조6643달러,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폐지라도 줍지 않으면 안 되는 노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폐지나 고물을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거나 보태는 노인들이 눈에 띈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소득 양극화와 맞물려 빈곤 노인층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은 전국적으로 1만4800명~1만5100명 선에 달했다. 강원도는 456명이다. 결코 적지 않다. 소일거리로, 다른 일을 하면서 폐지를 모으는 노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GPS(위성항법장치)추적 장치를 이용해 파악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 10명의 평균 이동 거리는 눈을 의심할 정도다. 11시간 20분 동안 이곳저곳 12㎞나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다. 이렇게 모은 폐지 가격은 고작 1만428원이다, 재작년 12월을 기준으로 1㎏당 148원 하던 종이상자 가격이 지난해 12월 71원으로 50% 이상 떨어졌다. 반토막 났다. 국내외에서 경기가 나빠진 가운데 종이 수요가 감소하자 제지공장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재고가 많이 쌓인 탓이다. 

    폐지 수거 노인을 위한 논의는 20년 이상 계속됐다. 그 사이에도 먹고 살기 위해서 폐지를 주워야 하는 노인들은 손수레를 놓을 수 없었다. 사회가 제도 밖의 노동으로 내몰고 있는 격이다. 폐지 가격이 일정 기준 미만으로 떨어지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한 지방자치단체도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근본적인 조치가 될 수 없다. 저소득층 사이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기술도 없고 건강하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폐지 줍는 것뿐”이라는 노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해법은 일자리다. 사회적 일자리의 취지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일자리를 노인빈곤대책, 노인복지 차원에서 발굴하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이기도 하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감싸 안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의 확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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