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라져간다⋯누가 책임져야 하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국이 사라져간다⋯누가 책임져야 하나

    ■[칼럼] 한상혁 콘텐츠 2국장

    • 입력 2023.03.23 00:00
    • 수정 2023.03.23 12:36
    • 기자명 한상혁 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혁 콘텐츠2국장
    한상혁 콘텐츠2국장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 하락 속도는 전 세계에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나타낸다.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떨어져 세계 신기록을 세웠는데, 최근 발표된 2022년 잠정 수치를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더 떨어져 세계를 놀라게 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이 숫자가 1 밑으로 내려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합계출산율 0.78명이란 숫자는 빠른 속도로 국가가 소멸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한다. 개념상 여성 1명이 낳는 숫자를 말하지만 아이를 여성 혼자 낳지 않으니 부부 한 쌍이 평생 낳는 아이가 0.78명에 그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부부 200명이 평생 낳는 자녀가 78명이라는 뜻이다. 부모 세대에 200명이었던 인구가 자녀 세대에는 3분의 1로 줄어든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 속도 역시 압도적으로 빠르다. 불과 20년 전인 2001년만 해도 한국의 합계출산율(1.31)이 일본(1.33)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20년을 비교하면 한국(0.84)이 일본(1.33)의 6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의 전 지역에서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속도 차이는 있다. 2022년 한국, 그중에서도 강원도의 합계출산율을 시군별로 보면 유독 출산율이 높은 지역들이 보인다. 양구(1.44), 화천(1.40), 철원(1.39), 인제(1.31) 같은 곳들이다. 강원도 평균 합계출산율(0.97)만 해도 전국 평균보다 높았는데 이 지역들은 이보다 더 높았다. 참고로 춘천의 합계출산율은 0.90명이었다.

    양구, 화천, 철원, 인제 등의 출산율이 높았던 건 작년만의 일은 아니다. 인제는 2015년(2.16), 화천은 2012년(2.06)까지도 합계출산율이 2.0을 넘겼다. 2000년대 이후 이 군 지역들이 강원도에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출산율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양구를 비롯한 강원도 접경 지역의 합계출산율이 높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군부대 효과’라고 한다. 젊은 직업 군인들이 아이를 많이 낳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다는 견해다. 일견 그럴 듯하지만, 전방 접경지역이라 군인이 많고, 그래서 출산율이 높다는 식의 설명이 다 맞지는 않는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양구보다 높았던 전남 영광군(1.81), 전북 임실군(1.55), 경북 군위군(1.49)·의성군(1.46) 등 5개 군은 군부대와 큰 관련이 없는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시골’로 불리는 군 지역의 출산율이 더 높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낙후된 군 지역(시골)을 떠나 대도시(서울)로 이사하려 하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직장이 몰려 있고 보육이나 의료 같은 편의시설도 훨씬 잘 갖춰진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59명에 불과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단연 가장 낮았다.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 곧 삶의 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결국 삶의 질 때문,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아이를 낳았을 때 급락할 자신과 아이의 삶의 질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무엇이 최근 대도시의 생활의 질을 급락시켰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도시의 비싼 주거 비용(집값이나 임차비용)이 주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꾸준히 1.1~1.2대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2016년부터 급락한 것이 그때부터 미친 듯이 올랐던 대도시 주택 가격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인구가 몰리고 경제가 발전하면 대도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발전한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온갖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남발해 집값을 필요 이상으로 급등시킨 정책적 실패가 현재의 저출산과 국가 소멸 위기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국 집값은 하락 및 정체기에 들어갔다. 비정상적으로 소멸을 향해 가는 대한민국을 되돌릴 마지막 골든 타임일지도 모른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