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고 칠하고, 반복되는 사물의 기록⋯서숙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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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긁고 칠하고, 반복되는 사물의 기록⋯서숙희 개인전

    서숙희 ‘살구나무집-산, 집, 그릇’
    청록빛 색감, 반복 통한 색조 눈길
    아크릴 긁고 새겨 시간성 형상화

    • 입력 2023.03.14 00:00
    • 수정 2023.03.14 14:2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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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숙희 작 '대나무'

    밭을 경작하듯 자신만의 캔버스를 일궈온 서숙희 작가가 신작들을 공개한다. 

    서숙희 개인전이 14일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살구나무집-산, 집, 그릇’을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올해 작업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익숙한 소재들을 아크릴판에 채색한 작품 30여점을 볼 수 있다.

    서 작가는 시작과 끝을 정하지 않은 그림을 그린다. 마치 농부가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듯 그는 그림이라는 자신만의 노동을 한다.

    매일매일 칠하고 지우고 긁기의 반복이다. 색을 칠하고 형태를 완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색을 덜어내고 화면을 비워내는 방식을 취한다. 여백이 드러나고 형상이 뭉툭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면 특유의 소박함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시간의 깊이가 아크릴판에 스며들면 그는 비로소 손을 놓는다. 

     

    서숙희 작 '그릇'
    서숙희 작 '그릇'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서숙희 색조’라고 이름 붙일만한 청록빛의 색을 띤다.

    푸르스름하면서도 엷고 투명한 독특한 색조다. 반투명 아크릴판에 염색하듯 물들인 색조 덕에 형상과 배경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사물과 외곽 공간의 영역은 중첩되듯 완전히 스며든 인상을 전한다. 

    ‘색’과 함께 독특한 조형 요소는 ‘선’이다.

    아크릴판을 긁고 새기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질감은 오래된 시간성을 드러낸다.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그가 그린 것은 매일 바라보는 산등성이와 유리잔, 그릇, 집 등이다. 격자무늬 배경 속에 흐릿하게 부상하는 형체들은 기억 속 흐릿한 흔적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하다.

    정현경 개나리미술관 관장은 “작가의 작품은 특정한 사물이 지니는 사실성을 넘어 시간성을 지닌 풍부한 리얼리티를 표상한다”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을 무심한 풍경이 주는 작가의 위안 속에 잠시 쉬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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