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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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카더라 통신, 테마주, 기술적 분석 등 ‘휴리스틱’에 빠져
    한숨 짓는 개미 많아⋯내재가치 따지고 인내하는 투자를 

    • 입력 2023.03.14 00:00
    • 수정 2023.03.14 10:46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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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보통 사람의 머릿 속에는 ‘제비=봄’이 공식처럼 박혀 있다. 집 앞마당에 날아든 제비 한 마리를 보고 “아, 겨울이 끝났구나” 단정 짓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시간을 두고 변수를 두루 살펴 신중해야 한다며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유명한 경구를 남겼다. 

    사람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저녁을 집에서 먹을까, 외식을 할까. 외식을 한다면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짬뽕을 먹을 것인가. 약속 장소에 지하철을 타고 갈 것인가 또는 버스를 이용해 갈 것인가⋯. 어떤 경우든 사람의 인지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완벽한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불확실하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가능한 빨리 풀기 위해 직관적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추론 방식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휴리스틱은 그리스 말의 ‘찾아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휴리스틱는 좋게 해석하면 ‘어림셈’ 정도고 나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 판단’이다. 인간은 인지와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정보를 탐색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위주로 판단한다는 것이 휴리스틱의 핵심이다. 휴리스틱은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기 때문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방법은 아니지만 왜곡 등의 부작용도 많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 출신 사람에 대해선 몇 가지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그 지역 출신이고 그의 행동 중 일부가 특정 지역 사람의 고정관념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는 졸지에 전형적인 그 지역사람으로 분류돼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돈이 걸린 주식투자에서 휴리스틱의 오류에 빠져 한숨의 나날을 보내는 개미(일반 투자자)가 부지기수라는 사실이다. 개미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떤 종목이 얼마까지 간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의 은밀하고 달콤한 정보를 듣게 되었을 때 그 가격이 매매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수하고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면 어느 선에서 손절매하고 빠져나오는 게 원칙이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알려준 가격이 기준점이 돼 마냥 버티게 된다. 그러다 처분 시점을 놓쳐버리고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가 돼 “지금은 시장이 안 좋아 하락했지만 시장만 좋아지면 곧 그 가격에 도달할 거야”라며 희망고문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기준점이 되는 가격은 물론이고 본전을 회복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진다. 개미가 주식투자로 알토란 같은 재산을 날리는 과정이 대개 이렇다.

    이슈나 업종별로 여러 종목을 하나로 묶는 ‘테마주’라는 것도 휴리스틱의 산물이다. 선거철만 되면 나도는 정치인 이름을 딴 ‘OOO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테마주는 증시의 호불황과 상관없이 기승을 부리는데 종목의 실적이나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같은 테마로 분류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가가 급등한다. 물론 그중에는 테마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엉뚱한 주식도 많아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생긴다. 지난 2000년대 초 IT버블 때엔 IT회사 주가가 품귀현상을 빚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나중에 옥석이 가려지면서 등락이 엇갈리긴 했지만 상당수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실 기업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기술적 분석을 맹신하는 투자자가 많다. 기술적 분석이란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위해 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적 분석은 대개 과거 자료를 수단으로 정리한 후 이로부터 주가가 움직이는 패턴을 추정한다. 이런 데이터는 대부분 차트로 표현되기 때문에 차트분석이라고도 한다. 차트에 나타난 패턴은 일종의 방향지시등으로 지지선과 저항선 W형, M형, 머리어깨 모형, 삼각형, 사각형 엘리엇 파동 등 여러 형태로 주가 변동의 전환점을 나타낸다.

    차트가 주가의 과거 움직임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것이 미래의 주가 움직임까지 알려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래의 주식동향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결정됨에도 단순히 차트의 추세선을 보고 미래의 주가동향을 예측하는 것은 전형적인 휴리스틱의 오류이다. 그래서인지 증권사 고참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차트 위주로 주식 매매를 유도하는 영업직원이 성과가 제일 낮다고 한다.

    백미러만 보면서 운전하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듯이 카더라 통신, 테마주, 기술적 분석 등 휴리스틱이 유발한 주식투자는 실패하게 돼 있다. 휴리스틱 투자가 잘못이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주식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투자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향후 수익을 전망하는 일도 어려우므로 인내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짓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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