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만 1000만원” 금리 상승에 중고차 시장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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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부금만 1000만원” 금리 상승에 중고차 시장 ‘고사 직전’

    고객 발길 끊긴 춘천 중고차 시장
    중고차 매매 할부금리 최대 17.9%
    지난달 거래, 예년보다 30대는 줄어
    업계 “고금리 계속되면 도산 늘어나”

    • 입력 2023.03.08 00:01
    • 수정 2023.03.09 00:22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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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오르고 나서 매출이 30% 줄었습니다.”

    7일 오후 춘천 한 중고차 시장. 주차장엔 판매용 차들이 가득했지만 오가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중고차 매매 업체 직원들만 가게 입구를 서성일 뿐이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 A씨는 “손님을 받은 지도 오래됐고 그나마 오는 사람들도 구경만 하다 간다”며 “금리가 오르고 매출이 30%는 감소했다”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에 할부금리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춘천 중고차 시장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춘천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모두 230대였다. 최근 1년 사이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해 5월(294대)보다 22%(64대) 감소한 숫자다. 같은 해 11월까지 250~260대 수준이던 중고차 거래 대수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던 12월에 191대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올해 1월 217대, 2월 230대로 다시 소폭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

     

    7일 오후 춘천 한 중고차 시장에 판매용 차들이 서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7일 오후 춘천 한 중고차 시장에 판매용 차들이 서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중고차 거래가 줄어든 것은 금리 인상으로 할부 구매자들의 지갑이 닫힌 탓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등급 7등급이 중고차를 할부로 구매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최대 연 1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0만원짜리 중고차를 구매할 때 2000만원을 36개월 할부로 낸다면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599만원이다. 할부를 60개월로 늘리면 1041만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할부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1등급을 기준으로 해도 할부금리는 최대 연 8.9%까지 올라간다. 연 10%에 육박하던 지난해 말보다는 하락한 수치지만 기준금리가 1%대에 머물던 지난해 상반기 당시 할부금리가 5%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다.

    중고차 구매를 고민하던 이들도 이내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자차 마련을 몇 달째 미루고 있는 직장인 김모(27)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처음에 할부금리가 연 8.5%라길래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내 10%까지 올라 차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구매를 미룬 지도 5개월째”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산 중고차 평균 가격이 전달 대비 5.7%, 수입차는 7.7% 하락하는 등 메말랐던 수요가 가격과 금리 인하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중고차 시장의 가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고금리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중고차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중고차 시장의 도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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