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아낄 찬스?" 8000만원 급락 아파트값,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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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여세 아낄 찬스?" 8000만원 급락 아파트값, 알고 보니⋯

    기존 시세와 수천만원 차이나는 직거래 포착
    사실상 증여 위한 특수 관계인 간 거래 많아
    시세와 5% 이내 차이면 조세 회피 해당 안돼
    실수요자가 매물 찾으면 호가와는 큰 차이

    • 입력 2023.03.07 00:02
    • 수정 2023.03.09 16:47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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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파트는 시세가 하나도 안 떨어졌어요. 수천만원 저렴하게 거래됐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그 가격에 나온 매물은 없던데요?”

    지난달 6일 춘천 소양로2가 춘천e편한세상 전용면적 124㎡(3층) 세대는 4억5500만원에 직거래됐다. 같은 주택형 기준으로 지난해 4월 기록된 최고가(5억4000만원)와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8500만원이나 떨어진 금액이다. 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현재 이 주택형을 4억5500만원대에 내놓은 매물은 없다고 말한다.

    최근 춘천 아파트 시장에서 시세나 이전 매매가격보다 수천만원 하락한 가격에 매매 거래되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정도 하락한 가격에 거래 가능한 매물은 찾기 어렵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자산가들이 아파트 하락기를 노려 세금 부담 없이 자산을 증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 등 시세와 차이가 큰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 등 시세와 차이가 큰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각할 경우 시세와의 차이만큼 증여한 셈이 된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2억원에 판다면 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소득세법은 특수 관계인(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 사실혼 포함 배우자, 법인 임원 등)과 자산 거래시, 시세와 거래액의 차이가 3억원 이상 또는 시가의 5% 이상일 때는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다.

    그런데 일부 자산가들은 최근 아파트 시장을 자녀나 특수관계인에게 증여세 부담없이 거액의 자산을 증여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춘천지역 아파트값이 7개월 이상 내림세를 보이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특수관계인에게 이전 거래사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아파트를 매각하더라도, '시세가 떨어졌기 때문에 시세 5% 범위 안의 거래'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사동 현진에버빌 1차 전용면적 85㎡ 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초 3억2000만원(12층)에 직거래됐다. 같은 달 22일 다른 동 매물이 3억5800만원(13층)에 거래된 것보다 38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시세 하락을 이끄는 거래 사례 대부분이 중개를 통하지 않은 직거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이전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매매 사례 상당수가 직거래라는 점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올해 1~2월 춘천지역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2개월간 347건의 아파트 거래 중 해제 사유가 발생한 14건을 제외한 333건 가운데 31건(9.3%)이 직거래였다. 이중 다수가 기존 시세와는 차이가 큰 실거래 가격을 보였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직거래에 대해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276건의 위법 의심 사례가 드러났다. (자료=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직거래에 대해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276건의 위법 의심 사례가 드러났다. (자료=국토교통부)

    정부는 최근 부동산 거래에서 직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이상 동향이 관찰되자 기획조사를 벌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직거래로 이뤄진 802건의 거래에 대한 조사로 276건의 불법 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업‧다운 계약 등 거래신고 위반(214건)뿐 아니라, 특수 관계인 간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 77건, 명의신탁 19건, 대출 용도 이외 유용 18건 등이 확인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이후 거래된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2차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저가 직거래를 편법 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으므로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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