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춘천시, 버스정류장 명칭 중복 언제까지 놔둘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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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춘천시, 버스정류장 명칭 중복 언제까지 놔둘텐가 

    • 입력 2023.03.01 00:01
    • 수정 2023.03.06 09:02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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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명동입구'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정류장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에서 '명동입구'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정류장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의 버스정류장 1846곳 가운데 1548곳의 명칭이 중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양방향 맞은 편 정류장의 같은 명칭을 빼더라도 무려 442곳이나 이름이 겹친다. 시내 번화가뿐 아니라 외곽 지역의 정류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내 중심가를 벗어날수록 상황은 더 심하다. 춘천에서 시내버스는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시민들의 발이다. 문제는 중복된 정류장 이름 탓에 타고, 내리는 곳이 헷갈려 시민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럽고 느닷없는 지적이 아니다. 시민들의 민원이 일찍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에서는 장소의 특성을 반영해 개선하겠다는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민들의 편익을 가장 우선해야 할 시의 행정이 안이하고 굼뜨기 짝이 없다.

    명칭은 대표성과 차별성을 가진다. 뚜렷하게 인식하고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버스정류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라면 더더욱 명확해야 한다. 본지의 조사에 따르면 당림1리, 증2리, 월송1리 등 6개 지역은 9~12곳이 겹치는 표지판을 달고 있다. 서너 곳이 같은 사례는 허다하다. 정류장 이름만으로는 목적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에 사는 젊은이가 춘천에 와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가 30분 지나서야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명동입구’가 4곳이나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명동입구 정류장의 중복명칭 변경은 2021년 시의 시민제안공모사업으로 선정됐는데도 여태껏 진척이 없어서다. 12곳의 정류장 이름이 동일한 월송1리 경우에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지나는 정류장 수를 세거나 손가락을 꼽다가 내려야 할 판이다. 이곳 시민들마저 정류장을 지나치기 일쑤라니 안타깝다.

    춘천시는 2019년 9월부터 시내버스의 노선을 정비했다. 더 자주, 많이 운행하는 체제를 갖췄다. 하지만 정거장 중복명칭을 바꾸는 사업은 제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 관공서나 공공건물이야 상관없겠지만 번화가에서 특정 건물이나 상호를 세울 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까닭에서다. 반면 작은 마을은 딱히 장소적 특성과 상징물이 없어 곤란하다. 그렇다고 의견 수렴을 이유로 마냥 변경을 늦추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 민원이 접수된 건만 해결하는 소극적인 조치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겹치는 빈도에 따라 기존 명칭에 동서남북의 방향, 위와 아래의 위치, 처음과 끝의 순서 등을 고려해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월송1리①~월송1리⑫ 또는 종점과 같은 식이다. 시에서는 시민의 의견을 듣되, 결론이 안 나면 여러 대안을 제시해 선택하도록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적극 행정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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