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노후에 수술비 1000만원이 걱정 안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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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노후에 수술비 1000만원이 걱정 안되는 까닭

    실손보험, 치료비 100%까지 보장⋯해마다 보험료 상승은 단점
    2017년 이전 팔린 1~3세대 실손, 4세대로 ‘리모델링’ 가능해

    • 입력 2023.02.14 00:00
    • 수정 2023.02.15 00:1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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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하지정맥류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의 정 모(64)씨. 1년 6개월전에 예약한 수술 날짜가 돌아와 병원을 찾았으나 수술비가 1000만원 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가입한 실손보험이 있으면 수술비의 90%를 보상받을 수 있다기에 안도했다. 정씨는 “실손보험이 없었다면 노후자금을 헐어 써야했다”며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13년전 실손보험을 가입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후준비라고 하면 대개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만 생각한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노후준비를 못한 예비 은퇴자는 더 그렇다. 그러나 정작 은퇴자를 곤경에 몰아 넣는 것은 생활비가 아닌 의료비인 경우가 많다.

    생활비는 그 규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절약을 통해 줄일 수 있지만 의료비는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데다 단기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서다. 게다가 생명과 직결된 비용이어서 마냥 줄이기도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48만7000원,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04만6000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32만5000원, 3만1000원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와 비교한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2.9배, 본인 부담 의료비는 2.8배가 높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많다는 얘기다.

    의료비는 저축이나 투자상품보다는 보험을 활용해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보험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당장 급하다고 보지 않는다. 건강이 좋다면 더욱 그렇다. 빚을 다 갚거나 혹은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모두 마련한 뒤 보험에 가입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21년 말 기준 의료보장이 가장 필요한 70대의 실손보험 가입률은 14%대로 젊은 세대(80% 안팎)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노년기에는 경제적 여력이 크지 않은데, 부담스러운 보험료가 의료비 보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료는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란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프거나 죽지 않으면 회수할 수 없는 돈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과하지 않는 수준의 가입이 필요하다. 마침 노후 자금사정은 빤한데 의료비는 점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으로 의료비 일부를 보장해 주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은 급여부분만 보장하고 비급여부분은 민간보험으로 넘기고 있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악화로 곧 적자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어서 급여부분 보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보험사들이 파는 보장성 보험으로 의료비 보장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문제는 얼만큼 가입하느냐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월수입 8~10%를 적정 보험 예산이라고 본다. 가령 월 세후수입이 300만원이라면 20만원 안팎 정도를 보장성 보험예산으로 책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 본인과 가족의 보장 내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설계하면 된다.

    실손보험은 보험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입 1순위 보장성 보험이다. 내가 낸 병원비 일부, 많게는 100%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서 아플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은 단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위험이 높아지니까 보험료는 점점 비싸질 수 밖에 없다. 2009년 이전 가입한 실손보험 보유자 중에는 갱신 보험료가 1000% 오른 사례도 있다. 보험연구원이 공개한 40대 남성의 실손보험료 예상 시나리오를 보면 40대에 월 3만원대였던 실손보험료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올라 70대엔 월 70만원에 육박한다. 올해도 보험료가 6~14% 오를 것으로 예정돼 있다. 

    노후에는 수입이 줄어 단돈 1만원도 아까운데, 실손보험료로 몇 십만원씩 나가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 보장 내용을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다. 실손보험은 판매시기별로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로 나뉜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실손보험은 1세대다. 2세대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까지 팔린 상품이고, 3세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4세대는 2021년 7월 이후 팔려나갔다. 

    이중 1세대는 정부가 규제하기 전이어서 보장 내용이 가장 좋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청구에 제한을 두지 않아 어지간하면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4세대의 강점은 싼 보험료다. 1세대와 비교하면 보험료가 최대 75% 싸다. 대신 보험료는 개인별로 차등화되는데, 병원을 많이 다녔으면 보험료가 4배까지 오른다. 

    1~3세대 가입자 중 보험료 부담이 큰 경우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4세대 실손은 1~3세대에 비해 보장이 축소되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통해 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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