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요금 인상 한 달⋯무거워진 '시민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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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버스 요금 인상 한 달⋯무거워진 '시민의 발'

    1월 시내버스 요금 인상 이후 한 달
    300원 ↑ 한층 무거워진 ‘시민의 발’
    차 없는 자영업자·대학생·노년층 부담
    인상 소식 접하지 못해 당황하기도

    • 입력 2023.02.03 00:01
    • 수정 2023.02.06 16:52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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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원 오른 게 이렇게 부담 될 줄 몰랐습니다.”

    2일 오전 춘천 후평동 한 버스 정류장. 김혜숙(56)씨가 식료품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씨는 매일 최소 두 번씩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인상된 버스 요금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는 “요즘 장사도 잘 안 되는데 교통비도 오르니 잔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며 “음식 재료를 챙겨가야 하니 타지 않을 수도 없고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춘천 시내버스 요금이 300원씩 인상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물가 상승으로 온갖 지출이 늘어난 상태에서 '시민의 발'인 버스 요금까지 오르자 서민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춘천을 비롯한 강원지역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300원씩 올랐다. 요금은 현금 기준 1400원에서 1700원으로, 교통카드는 1250원에서 1550원으로 각각 올랐다. “운송 원가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하루 2회씩 30일을 이용할 때 7만5000원(교통카드 기준)이던 버스 요금은 이제 9만3000원이 됐다. 지난해 4월 택시 기본요금 인상(3300원→3800원)에 이어 버스 요금까지 오르며 시민의 발이 한층 무거워졌다.
     

    2일 오전 춘천 한 시내버스에서 시민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2일 오전 춘천 한 시내버스에서 한 시민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대중교통 이용 비중이 크고 용돈은 부족한 대학생이나 청년층의 부담은 특히 크다. 춘천 퇴계동 자택에서 옥천동으로 통학하는 박모(24)씨는 “요금이 오른 줄 모르고 선불 교통카드에 평소처럼 돈을 넣어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잔액이 부족하다고 해 다시 내렸다”며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노년층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춘천시는 6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시내버스용 교통카드 ‘봄내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 한도가 한 달에 20회로 제한돼 있어 소진 후엔 똑같이 성인 기본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요금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를 한 달에 60회(하루 2회·30일) 이용한다고 가정할 때 무료 이용(20회)을 제외하고 6만2000원이 들어간다. 지난해보다 1만2000원 늘어난 금액이다. 현금을 사용하면 6000원이 더 필요하다.
     

    춘천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교통카드 기준 125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진=최민준 기자)
    춘천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교통카드 기준 125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진=최민준 기자)

    버스 요금 인상을 뒤늦게 깨닫고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시내버스 기사 A씨는 얼마 전 손님과 작은 다툼을 벌였다. A씨는 “한 어르신이 금액이 잘못 찍혔다며 환불을 요구했다”며 “1월 1일부터 요금이 올랐다고 얘길 했는데도 자신은 그런 얘길 들어본 적도 없고 돈도 없다고 언성을 높이더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복지 서비스를 통해 시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교통비 부담 완화를 위해 알뜰교통카드 등 할인 복지를 더 많은 분이 이용하도록 홍보하고 있다”며 “버스 기사 교육 등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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