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실직하고, 빵집 창업한 부부의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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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실직하고, 빵집 창업한 부부의 '인생 2막'

    코로나로 일자리 잃고 창업 결심한 윤혜선씨
    속 편하고 소화 잘되는 비건 빵 만들어 판매
    "하루 13시간 일해 몸은 힘들어도 후회는 없어"

    • 입력 2023.02.01 00:01
    • 수정 2023.09.07 11:39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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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요선동에 있는 비건 빵집 플라베 외관.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시 요선동에 있는 비건 빵집 플라베 외관. (사진=이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비건 빵집 사장이 된 윤혜선(37)씨와 임태준(40)씨 부부도 그 중 하나다. 윤씨는 고임금 시대에 하루 13~14시간 일하며 몸은 힘들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나가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MS투데이가 지난 28일 오후 춘천시 요선동의 비건 빵집 플라베에서 윤씨를 만났다.

    Q. 코로나19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들었어요.

    저는 원래 대기업에 영어 강사로 출강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처음엔 저에게 아무 영향 없을 줄 알았어요. 저는 대기업 임원분 대상으로 소수정예 영어를 가르쳤거든요. 그래서 코로나 사태 후에도 일을 계속할 줄 알았는데, 코로나가 터지니까 회사에서 그 다음 날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일자리를 잃었다는 좌절감과 상실감이 정말 컸어요. 남편은 영업직이었는데, 모든 직장인이 마찬가지겠지만 회사가 정년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둘이서 빨리 창업하자고 얘기했어요. 2021년 9월에 개업해서 이제 오픈 2년째가 됐습니다.

    Q. 창업도 종류가 많은데 그중에서 비건 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랑 남편이 다이어트 하겠다고 한 달가량 버터, 계란, 우유 없이 생활한 적이 있어요. 처음 며칠은 좀 힘들었는데 그 후엔 생각보다 버틸만하고 속도 편안해지더라고요. 이렇게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고 비건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남편이랑 상의 끝에 우리가 좋아하고 몸에도 좋은 빵을 손님들에게 판매하기로 했어요.

    플라베는 Flour&Vegetable(밀가루&채소)의 줄인 말이에요. 비건 빵인 만큼 건강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채소가 가장 적합할 것 같아서 넣었어요. 유기농 밀, 르뱅(천연발효종), 소금, 물을 주재료로 18시간 동안 발효를 시켜 만드는 천연 발효빵이에요. 유기농이 일반 재료보다 비싸지만, 건강과 맛을 위해 사용해요. 첨가물을 최소화해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는 게 특징이에요. 그래서 다이어트 하거나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들도 마음 놓고 드실 수 있답니다.

     

    플라베를 운영하는 윤혜선(37)·임태준(40) 부부. 코로나19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플라베를 운영하는 윤혜선(37)·임태준(40) 부부. 코로나19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Q. 빵집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희는 재료비가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많이 들어가요. 요즘 물가가 워낙 올랐잖아요. 그렇다고 들어가는 재료를 줄이면 빵 맛이 떨어지고,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 것 같고. 인건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생 쓰는 건 엄두도 못 내요. 재료 준비부터 빵 만들고 판매까지 하루에 13~14시간 일하는 것 같아요. 저희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죠. 

    특히 저희 빵은 발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저희 남편이 매일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빵을 만들어요. 빵 만드는 게 보기엔 쉬워 보여도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게 맛인데요. 제가 먹어보고 맛없는 빵은 손님들께 판매하지 않아요. 그래서 빵을 만들 때마다 남편이랑 맛을 보는데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르네요(웃음). 

     

    플라베에서 파는 빵. 치아바타, 바케트, 까놀레, 깜빠뉴 등이 있다.
    플라베에서 파는 빵. 치아바타, 바케트, 까놀레, 깜빠뉴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Q. 빵 맛있게 먹는 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일단 빵은 만든 당일날 드시는 게 가장 맛있어요. 구매 후 하루 정도는 실온보관해도 되지만, 오래 보관할 경우 꼭 랩으로 밀봉해서 밀폐용기에 보관해주세요. 쨈이나 페스토 등을 곁들이거나 샌드위치를 해 먹으면 더 맛있어요. 냉동실에 빵을 보관하는 분들을 위한 해동법도 알려드릴게요. 자연해동 후 통째로 혹은 절반 크기로 잘라서 에어프라이어 200도에 3~5분 정도 굽거나,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노릇하게 구워주면 갓 나온 빵처럼 된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비건 빵은 맛이 없을거야!’라는 편견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버터 등을 넣지 않아도 풍미 있고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어요. 또 소비자분들이 비건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 몸을 위해 조금 더 건강한 음식을 먹겠단 다짐만 있다면 누구나 비건을 실천할 수 있답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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