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업추비] ②이태원 애도기간에 양꼬치집서 빅데이터 협의?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공공기관 업추비] ②이태원 애도기간에 양꼬치집서 빅데이터 협의?

    심평원 상임이사,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양꼬치집에서 저녁자리
    삼겹살집, 횟집 등에서 결제⋯명목은 '사업 논의', '민원대책 보고'
    도로교통공단, 격려금으로 현금 지급만 11회

    • 입력 2023.02.03 00:02
    • 수정 2023.02.16 14:0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공공기관 업추비】 시리즈 목차

    ① 내부 직원끼리 82% 사용⋯법카 아닌 '밥카'로 전락
    ② 이태원 애도기간에 양꼬치집서 빅데이터 협의?
    ③ "내부직원 챙겨줘 감사하죠"⋯황당한 변명

    공공기관이 업무추진비를 주류 판매가 주목적으로 볼 수 있는 식당에서 사용하거나 내부 직원에게 격려 명목의 현금을 수차례 지급한 경우도 발견됐다.

    장용원 심평원 개발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 2일 원주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 자리를 가졌다. 집행 목적은 ‘데이터개방 관련 논의’로, 빅데이터실 직원 등 5명이 참석했다. 사용금액은 10만원이다.

    그러나, 오후 9시 30분까지 이 논의를 열었다는 장소는 원주 시내에 위치한 유명 양꼬치집으로 업무 협의를 할만한 장소로 보기 어려운 곳이다. 더군다나 이날은 이태원 참사에 따른 국가 애도기간(10월 30일~11월 5일)이었다.

    당시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에 애도 기간동안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연기하고, 음주나 회식 등을 자제하도록 조치했었다. 이에 본지는 이날 저녁자리와 관련 장 이사에게 문의를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호 심평원 홍보기획부장은 “(장 이사가) 연락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하면서 취재진이 ‘주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지 않느냐’고 묻자 “사용시간과 집행내용, 사용처만 공개하면 되지 나머지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며 음주 여부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

    음주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양꼬치집은 주류 판매가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점이다. 이 업소 종업원은 “손님들 대부분은 맥주나 고량주, 소주를 주로 같이 먹는다”며 “3명이면 4만~5만원, 5명이 술을 같이 먹으면 보통 10만원 정도는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각 기관이 적절한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필요 시 감사기관의 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같은 달 10일에도 원주 시내 다른 양꼬치집에서 ‘디지털치료기기 원가 산정 관련 논의’를 의료기술등재부 직원 6명과 함께 하고, 10만 8000원을 결제했다. 결제 시간은 밤 10시 17분께다. 11월 29일 저녁에는 ‘식약처 공급내역 DW시스템 구축 결과 관련 논의’를 생선구이집에서 가지며 11만8000원을 썼다.

    도내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신상용 전 관광공사 관광디지털본부장은 ‘2023년도 본부 사업계획 방향 및 신규사업논의’를 삼겹살집에서 가졌으며, 총 8명이 21만9000원어치를 먹었다.

    김선옥 건강보험공단 징수상임이사는 이태원 참사로 회식, 모임 자제령이 떨어진 10월 31일 ‘보험요율 인상에 따른 홍보 등 민원 대책 보고’를 공단 인근 횟집에서 밤 9시 50분까지 가졌다. 참석인원은 총 8명이었다.

    공공기관들은 하나 같이 “규정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밥 먹으면서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장소는 정해진 규정 안에서 다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원칙상 현금 사용이 제한된 업무추진비를 1년 동안(10월 말 기준) 총 11번을 지출했다. 모두 격려금 명목이다. 구체적으로 이주민 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마산면허시험장, 울산경남지부, 경남교통방송을 방문해 직원간담회를 가진 뒤 각각 50만원씩 격려금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충주면허시험장에는 20만원을 줬다.

    교육이사는 경영평가 보고서 작성 직원, 힐링데이 직원, 도로교통사고 감정사 직원에게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현금으로 격려금을 줬다. 방송이사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20만원, 면허이사도 경영평가 합숙 직원에게 현금 20만원을 지급했다. 당연히 해야할 업무를 했을 뿐인데 국민 세금으로 ‘보너스’를 준 셈이다.

    출산 직원 축하용품 지급도 현금으로 지출했다. 지난해 총 6번을 지급하면서 194만원을 썼는데 금액도 제각각이었다. 정해진 게 아닌 대상자가 지출한 금액만큼 증빙하면 현금으로 주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했다. 공단은 2021년 전국 모든 공공기관 중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으로 그 해 이사장이 쓴 비용만 4190만원이었다. 공단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지급한 건 이사장이 현장 방문 과정에서 직원들 격려차 지출한 것”이라며 “기관장 업무추진비에 타 기관에서 다른 항목으로 분류하는 사항까지 포함해 금액이 크게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엽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은 “현금 지급처럼 윗사람이 직원들에게 하사금처럼 쓰는 경향도 있는데 기관장이 개인 돈으로 지출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 혈세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