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20대 여성 도예가, 대학 대신 도자기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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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플] 20대 여성 도예가, 대학 대신 도자기 선택한 이유는?

    고2때 우연한 도자기 체험에 인생 바뀌어
    남들 공부하는 고3 때 공방 찾아다니며 도예 배워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아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

    • 입력 2023.01.27 00:01
    • 수정 2023.09.07 11:41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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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도예가 김준희씨를 만난 세라원 공방. (사진=이현지 기자)
    25일 도예가 김준희씨를 만난 세라원 공방. (사진=이현지 기자)

    조용한 방 안에서 물레가 돌아가고, 앳된 얼굴의 여성이 흙을 빚고 있었다. 김준희씨는 올해 26세로, 도예를 시작한 지 7년이 됐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최연소 도예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처음으로 물레 위의 흙을 만졌던 순간 이게 내 길임을 알았다”고 했다. MS투데이가 춘천 동면의 도자기공방에서 20대 도예가 김준희씨를 만나봤다.

    Q.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2 때 춘천에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인생이 바뀌었죠. 물레에 돌아가는 흙을 딱 만졌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찌릿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 이게 내 길이구나 하고.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모님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도자기를 배우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부모님이 혹시 반대하실까 속으로 조마조마했죠. 그런데 부모님이 제 의사를 존중해주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Q. 학창시절부터 독특한 학생이었나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었어요. 학창시절 국·영·수보다 미술을, 공부보단 노는 걸 좋아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은 하위권인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고2 때까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어요. 그런데 도예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 날부터 고민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달리 고3 담임선생님께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때만 해도 야자(야간자율학습)가 있어서 저녁 9시가 넘어야 학생들이 집에 갈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야자를 하지 않았어요. 대신 오후 4시에 하교해 공방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면서 도예를 배웠습니다. 

     

    춘천 동면의 공방에서 김준희씨가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춘천 동면의 공방에서 김준희씨가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있다. (사진=이현지 기자)

    Q. 대학 진학을 포기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친구들도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대학 생활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시기에 실컷 놀기도 하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한 번도 도예가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요즘은 친구들이 절 부러워해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아직 찾지 못한 또래들도 많은데 저는 일찍이 하고 싶은 걸 찾았고, 그걸 지금 하고 있으니까요. 

    Q. 도예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저도 나름대로 힘든 고비를 겪었어요. 도예기능사 자격증에 2번 낙방하고 3번째에 간신히 합격했거든요. 처음엔 필기에서 떨어지고 그 다음번엔 실기에서 떨어지고. 여러 번 불합격하니 좌절감이 몰려오더라고요.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 몰라요. 시험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김준희씨가 만든 도자기 작품들. (사진=본인 제공)
    김준희씨가 만든 도자기 작품들. (사진=본인 제공)

    Q. 본인에게 도예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도자기를 만들 때만큼은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도예를 배우면서 성격도 많이 바꼈어요. 원래 소심했는데 공방들을 찾아다니면서 도예를 배워야하니 어느새 제가 먼저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더라고요. 도예는 제가 힐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Q. 이것만은 이루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요?

    제 꿈은 저만의 공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거에요. 제가 올해 26살인데 30살 전까지는 꼭 공방을 차리고 싶어요. 또 제 이름을 걸고 도자기 전시회도 춘천에서 열고 싶습니다.

     

    김준희씨가 자신이 빚은 도자기를 들고 있다. 그의 꿈은 30살 전에 자신만의 공방을 차리는 것이다. (사진=본인 제공)
    김준희씨가 자신이 빚은 도자기를 들고 있다. 그의 꿈은 30살 전에 자신만의 공방을 차리는 것이다. (사진=본인 제공)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진로가 고민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기가 뭘 좋아하고,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가지 경험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시고요. 혹시 모르잖아요. 저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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