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선의 예감] 현 도청사 재활용도 ‘확장성’에 방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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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의 예감] 현 도청사 재활용도 ‘확장성’에 방점 둬야

    • 입력 2023.01.25 00:00
    • 수정 2023.01.25 09:57
    • 기자명 용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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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세간의 관심사가 새롭게 등장했다. 강원도청사 이전 부지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1896년 현재의 위치, 봉의산 중턱에 강원도관찰부가 설치된 이래 도정의 본산으로 자리했던 둥지를 이전하는 것이다. 강원도 신청사 건립 부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중지를 모으고, 혜안을 발휘해 정한 장소는 대룡산 품안, 동내면 고은리 443번지 일원이다. 이곳에 “신축 도청사를 포함한 100만㎡ 규모의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도청사가 지니는 상징성과 도시 구도, 생활편의와 삶의 구상 등을 감안하면 이번 설에 모여 앉는 자리마다 화제가 될 사안임은 자명하다.

    도청 소재지 춘천으로서는 획기적 변화의 기로다. 만사 입지를 정함에 우선 떠올리게 되는 정서는 풍수적 관점에서의 고려다. 현 청사의 봉의산과 신축 용지의 대룡산, 이는 춘천 지맥의 일로를 이룬다. 춘천의 지형을 특징함은 물론이다. 대룡산은 그 맥의 척추이고, 화룡점정이 봉의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큰 용의 너른 품, 그 중심에서 날갯짓하는 봉황의 형세다. 현 도청사와 신축부지가 갖는 연관이다.

    강원도의 추진 계획에는 청사 이전 시점도 나와 있다. 2028년이다. 여기에 수반하는 또 한 축의 문제가 관건이다. ‘현재의 도청사와 일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신축부지 확정 이후 도와 춘천시는 곧바로 대안을 제시했다. “역사·문화전시·관광 등 도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의지다. 본관과 신관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미술관, 아트갤러리 등의 문화·전시공간으로, 강원도의회는 ‘강원도기록원’으로 활용한다. 옛 강원경찰청 자리인 별관은 안전진단 D등급인 관계로 철거한 후 조선시대 춘천부 관아를 재현한다는 방침이다. 춘천이궁(春川離宮) 복원이다. 또한 제2청사(옛 강원연구원)는 강원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입주, 조각공원 조성 등의 방침도 나왔다.

    그럴싸하다. 역사문화 복합공간, 대세인 라키비움(Larchiveum)의 모양새다.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아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행보도 시동을 걸었다. 곧 전북도청 옛 청사와 현 청사, 충남도청 등을 방문해 현장 벤치마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강원도 수부 도시라는 관점에서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은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시선이다. ‘현재적 시야, 현실적 한계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깊고 넓은 관점이 적용돼야 한다. 도청사 이전부지 재검토에 돌입했던 지난해 필자는 본란(2022년 8월 25일자)을 통해 ‘신축 도청사 부지, ‘확장성’이 관건’ 제하의 제안을 했다. 이후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접근성’과 함께 ‘확장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점은 현 청사 재활용 구상에도 필히 적용돼야 한다. 현재 도가 사용하는 시설물에 국한하면 미래사회에서는 ‘단견이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게 뻔하다. 후손들을 곤혹스럽게 해서야 되겠는가? 도청사 이전이 춘천이라는 도시의 기회인 만큼 걸맞은 기능을 접목해야 마땅하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시민의 이목(耳目)에 부합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 관점은 조선을 건국하며 도읍을 개경에서 남경으로 천도하며 구상했던 안목이다. 그 안목이 지금껏 수도 서울의 기능을 지속해서 확장하게 한 혜안이었다는 사실이다. 강원도의 입장과 춘천시의 전략적 도시계획이 융합돼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 파리시가 도심지의 전통적 양식을 존치하며 신도시 ‘라데팡스(La Défense)’를 조성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봉의동 도청사 일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춘천의 르네상스다.

    미래사회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남북 분단 강원도라는 사실이다. 북강원도를 감싸 안는 수부 도시, 그 원동력을 지니는 구심점으로서의 기능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공간‧이념적 역사는 분할과 통합의 반복이다. ‘꿈에도 소원인 통일’이 기필코 실현된다고 확신하는 이유다. 이 측면에서 관망하면 현 도청사 건물‧부지는 그야말로 협소하다. 역시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플랜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현 도청사에 인접한 도지사관사를 비롯해 강원도교육연구원(옛 강원도교육청), 춘천예술마당, 춘천시청 별관(옛 춘천여고), 춘천시청에 이르는 일대를 두루 연계하는 공간구상이 요구되는 것도 그래서다.

    곁들여 강조하게 되는 점은 전당(殿堂)의 개념이다. 어설프게 접근하면 낭패다. 경계해야 할 점은 ‘단견‧졸속’이다. 재활용, 리모델링, 개발‧조성계획의 순차적 실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것저것 차리느라 번거로운 수고를 기울였음에도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상차림은 난망하기 마련이다. 원대한 구상에 따라 착실하게 실현해 나가야 할 일이다. 눈요깃거리가 아닌 전문적 식견이 접목된 전당, 이를 확인하고자 발길이 이끌리는 공간 구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미래사회를 조망하는 상상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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