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쓰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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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쓰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공무원

    ■[기자수첩] 허찬영 정치행정팀 기자

    • 입력 2023.01.19 00:01
    • 수정 2023.01.21 01:20
    • 기자명 허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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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청 전경. (사진=MS투데이 DB)

    최근 기자는 춘천시청 A과에서 진행한 한 사업의 용역 중간보고회 현장을 취재했다.

    당일 기자는 현장에 늦게 도착해 조용히 회의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후 진행된 보고회에서 발표된 여러 내용을 취재하며 기사를 작성했다.

    보고회가 끝난 후 자료 중 기사에 사용하고 싶은 사진을 담당 공무원에게 요청했다. 당시 해당 공무원은 흔쾌히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이후 요청한 자료를 기다리며 기사 작성을 하던 기자에게 해당 부서의 간부 공무원에게 다급하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되겠냐는 게 다급한 통화의 이유다.

    간부 공무원은 기자에게 “중간보고 과정이라 최종 결정된 것도 없고 다음에 과정을 거쳐 바뀔 수 있는 내용도 많다”며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기자는 “저도 중간보고회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다만 시민의 세금으로 진행한 중간보고인 만큼 오늘 나온 내용을 시민들 알 권리를 위해 기사를 작성하려 한다. 뭐가 문제가 되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간부 공무원은 다른 언론사를 언급하며 “다른 언론사 기자가 보고회 전에 취재를 위해 현장에 가겠다고 말했었는데 제가 중간보고회라 굳이 올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해 해당 기자가 현장에 오지 않았는데, MS투데이 기자는 현장을 취재했다”며 기자의 기사가 출고되면 다른 기자와의 관계가 난처해진다는 식의 해명을 이어갔다.

    이에 “전화 한 통에 취재를 안 온 건 해당 기자의 탓”이라며 보도 의사를 드러내자, 그제야 해당 간부 공무원은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그러면서 앞서 기자가 해당 부서 다른 직원에게 요청한 사진은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기자는 해당 기사의 사진을 시청 전경 사진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기자도 춘천에 세금을 내는 시민인 만큼 내가 낸 세금으로 진행한 용역의 중간보고회에 관심이 있어 취재했고, 기자와 같이 세금을 내는 시민인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것인데 ‘확정된 사안이 없는 중간보고회’라는 이유로 보도를 막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다른 보고회 등이 기자 혹은 시민에게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이해되질 않았다. 어차피 용역 보고회 과정을 거쳐 시민들에게 발표할 거라면 그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면 안 되는 것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기자가 중간보고회에 운이 좋게 참석해 기사를 작성했으니, 추후 최종보고회가 있기 전까지 모든 중간보고회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

    공무원만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들도 시민들을 위해 일한다. 그래서 이번과 같이 시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용역 관련 각종 보고회나 회의가 공개로 진행돼 시민들에게도 다양한 정보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찬영 기자 hcy1113@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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