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노년의 불청객 치매⋯‘나쁜 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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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노년의 불청객 치매⋯‘나쁜 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어요

    • 입력 2023.01.20 00:00
    • 수정 2023.01.20 11:12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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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곧 설입니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명절은 부모의 건강을 챙길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놓치는 증상이 있어요. 바로 인지력입니다.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나이 들면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지요. 예컨대 건망증이 심하거나, 이해력 부족, 굼뜬 행동, 성격 변화를 단순한 노화라고 치부하며 지나쳐요.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길게는 20~30년 뇌 속의 작은 변화가 쌓여 하나둘씩 인지력을 파괴하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이 말은 젊은 사람의 뇌 속에도 치매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에는 860억개나 되는 신경세포(뉴런)가 있다고 해요. 뉴런은 신경세포체라는 중심부위와 촉수처럼 생긴 수상돌기(가지돌기), 이 둘을 연결하는 축삭으로 구성돼 있지요.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곳이 신경세포를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시냅스라는 접점 통로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이 같은 시냅스가 수백조가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정보가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오고가는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 중에 뇌 속에 불필요한 부산물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이 그것입니다. 이 둘은 마치 생활 쓰레기처럼 곳곳에 쌓여 뉴런을 공격하거나 염증을 만들며 정보의 소통을 방해하지요. 기억상실이나 의사결정 장애, 인지능력 저하와 같은 치매 증상이 유발되는 이유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뇌 속에는 이들 쓰레기를 처리하는 세포가 있습니다. 성상세포는 외부의 이물질이 침투하지 못하게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마이크로글리아라는 면역세포는 청소부처럼 뇌를 깨끗하게 유지합니다. 결국 이들 세포의 활성이 떨어지거나 부족하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이 축적돼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선 젊었을 때부터 뉴런을 잘 보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뇌에 풍부한 산소와 영양을 담은 혈액을 공급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해요.

    ‘심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혈관을 튼튼히 하는 노력이 뇌의 건강을 돕는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신경학’이라는 국제저널에선 이와 관련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치매를 앓지 않는 건강한 50만1376명을 대상으로 11년간 추적한 연구내용입니다. 연구기간 동안 치매에 걸린 5185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석했더니 규칙적이고 활기찬 운동(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한 사람의 치매 위험이 35%나 감소된 것입니다. 심지어 집안일 정도의 신체활동으로도 치매 위험 가능성이 21%나 줄었습니다.

    7~15세의 소아청소년 1200명을 30년간 추적한 연구결과도 흥미롭습니다. 유년기에 높은 수준의 체력을 가진 사람은 중년의 나이에서도 더 높은 인지능력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을 치매 위험인자로 꼽는 이유 역시 이들이 혈관에는 공공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수면장애도 치매의 주요 위험인자입니다. 마이크로글리아는 숙면을 취할 때 뇌 속을 청소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이들 독소가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쌓인답니다. 잘 자는 습관도 혈관건강만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지요.

    식생활은 어떨까요. ‘MIND 다이어트’라는 치매 예방 식단이 있습니다. 미국의 러쉬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것으로 지중해식과 고혈압(DASH)식단을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요점은 녹색잎채소를 중심으로 베리류, 통곡물, 견과류, 가금류, 생선을 추천하고, 버터나 마가린 대신 올리브유로 대체할 것을 권합니다.  

    실제 연구팀은 MIND 다이어트를 한 인지기능 정상의 116명을 4.5년 추적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대조군에 비해 53%나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인지기능이 떨어진 부모는 어찌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넘어가는 과정을 최대한 늦추라고 조언합니다. 치매 위험요인을 피하고, 건강요인을 적극 실천하라는 것이지요. 식생활을 개선해 뇌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한편 신체활동을 통해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고, 흡연이나 음주를 삼가야 합니다.

    적극적인 두뇌활동도 필요합니다. 뉴런 역시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강화돼 퇴행을 막을 수 있어서입니다. 사회적 고립은 치매로의 이환을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지적 호기심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아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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