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세상에서 배우는 공존의 의미⋯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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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벌레 세상에서 배우는 공존의 의미⋯국립춘천박물관 ‘미물지생’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전
    국내 최초 초충도 주제 특별전 마련
    정선, 김홍도, 신사임당 등 79점 전시

    • 입력 2023.01.12 00:00
    • 수정 2023.01.12 15:08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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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춘천박물관의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이 오는 2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국립춘천박물관의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이 오는 25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사진=한승미 기자)

    국내 최초로 초충도를 주제로 한 특별전 ‘미물지생(微物之生), 옛 풀벌레 그림 속 세상’이 오는 25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정선, 풍속화로 이름난 김홍도의 초충도,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초충도 10폭 병풍’을 비롯한 79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박물관 브랜드인 ‘힐링’과 더 나아가 ‘공존’을 추구해온 박물관의 정체성과도 맞닿아있는 전시다.

    특별전에서는 옛사람들이 바라본 풀벌레의 세계를 조명한다. 선조들은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과 같은 자연물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작은 벌레까지도 배움의 대상으로 삼았다. 미물이 사는 작은 세상에 치열한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교훈으로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초충도 10폭 병풍'(사진=국립춘천박물관)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초충도 10폭 병풍'(사진=국립춘천박물관)

    “풀벌레를 그리려면 그 날고 번뜩이고 울고 뛰는 상태가 살려져야 한다.”-'개자원화전' 화초충법 중

    옛 화가들은 풀벌레의 모양과 색깔, 움직임 등을 자세히 관찰했다. 있는 그대로 그려야 풀벌레가 지닌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날고, 울고, 뛰고, 기는 동작을 잘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전시 구성에 이 같은 옛 화가들의 생각을 녹여냈다. 전시 공간은 ‘날고, 울다’ ‘뛰고, 기다’ ‘풀벌레를 관찰하는 시선과 화법’ 등 3부로 나눠 각각의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배치했다. 

    1부 ‘날고, 울다’는 나비와 매미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나비는 장수를 상징해 가장 많이 그린 소재였으며 매미는 군자가 지녀야 할 오덕을 지닌 벌레라 선비들이 특히 좋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김홍도의 ‘협접도(蛺蝶圖) 부채’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인 이경승의 ‘호접도(胡蝶圖) 10폭 병풍’ 심사정의 ‘계수나무에 매달려 우는 매미’ 등을 감상할 수 있다. 

    2부 ‘뛰고, 기다’에서는 주로 기거나 뛰어다니는 벌레들이 주인공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정선의 ‘여뀌와 개구리’, 신사임당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 소장 ‘초충도 화첩’ 등을 만날 수 있다. 풀 속에서 벌레와 함께 사는 개구리, 도마뱀, 고슴도치 등 작은 동물들을 그린 작품도 볼 수 있다.

    단연 고슴도치를 그린 작품들이 인기다. 고슴도치는 몸을 굴려 가시에 오이나 작은 과일을 꽂아 가져갔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빚을 진 사람과 비슷하다고 여겨 ‘고슴도치가 외 따지듯(고슴도치가 오이를 걸머지듯)’이라는 속담을 만들기도 했다.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고 오이는 씨가 많아 오이를 짊어진 고슴도치 그림에 다산의 바람을 담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심사정 작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사진=국립춘천박물관)
    심사정 작 '오이를 등에 지고 가는 고슴도치' (사진=국립춘천박물관)

    3부 ‘풀벌레를 관찰하는 시선과 화법’에서는 화가들이 풀벌레를 보는 시선과 화법을 소개한다. 옛 화가들은 사생을 통해 풀벌레의 모양과 색깔을 관찰하고 화보를 보면서 풀벌레의 동작이나 구도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1825~1854)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화조초어도'(花鳥草魚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그림 교재였던 ‘개자원화보(芥子園畫譜)’, ‘초본화시보(草本花詩譜)’ 등을 볼 수 있다. 

    과거와 현대로 이어지는 ‘공존’에 대한 시도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 입구부터 관객과 작품이 상호작용하는 형식의 인터랙티브 영상이 전시된다. 잠자리, 쇠똥구리 등 전시 작품에 등장하는 곤충들을 참고해 제작됐다. 과거뿐 아니라 동시대 작가가 그린 같은 주제의 작품도 전시한다. 고양이 민화 그림으로 유명한 혜진 작가의 ‘미물지생’을 포함한 다양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속 실제 그림인 ‘금묘호접도’도 전시되고 있다. 시대를 넘나드는 풀벌레 그림을 매개로 시대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를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매주 수, 목요일마다 ‘풀과 벌레를 담은 석고 마그네틱’ 체험이 운영된다. 생명의 소중함을 주제로 한 체험이다. 

    김울림 국립춘천박물관장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작은 세상을 공존이라는 가치 속에서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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