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젊을 때 저축해야 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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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젊을 때 저축해야 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지요

    • 입력 2023.01.06 00:00
    • 수정 2023.01.07 00:15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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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령의 부모나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에서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수칙이 있지요. 암보다 더 무서운 낙상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노인의 경우 낙상에 의한 사망률은 암 다음으로 높습니다. 통계적으로도 고관절 골절환자의 20~30%가 합병증으로 1년 이내에 사망합니다. 저희 어머니 역시 고관절 골절로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았지만 2년여 만에 가족을 떠나셨습니다. 당뇨합병증과 뇌혈관질환이 악화되고, 요로감염과 폐렴까지 찾아와 결국 속수무책인 상황이 되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선 사고가 일어나서야 비로소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골절로 이어지는 것은 골다공증 때문이지요. 문제는 골다공증을 어쩔 수 없는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뼈는 마치 은행 통장과 같습니다. 뼈의 밀도는 20세를 정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많이 저축해 놓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젊었을 때 뼈의 밀도를 얼마나 많이 높여 놓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뼈를 구성하는 뼈세포는 일생 동안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마치 기둥에서 오래된 벽돌을 빼내고, 그 자리에 새 벽돌로 갈아 끼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영아 때는 1년에 100%씩 새로운 뼈로 대체되지만 나이가 들면 점차 느려져 18% 정도만 교체된다고 합니다. 뼈세포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활동이 떨어지면서 파골세포로 사라지는 뼈세포 자리를 메우지 못하니 전체 골질량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뼈세포를 많이 저축할 수 있을까요. 뼈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자극’과 ‘칼슘’입니다.

    먼저 담금질과 벼림질을 많이 한 쇠가 단단해지듯 자극이 강할수록 조골세포의 기능이 활성화합니다. 흥미로운 예가 무중력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는 우주비행사입니다. 중력이 없다 보니 한 달에 1%씩 뼈가 소실돼 빠른 속도로 골다공증이 진행되지요. 그래서 이들은 우주선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골 손실을 예방합니다.

    유의할 점은 뼈는 자극받는 부위만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조깅하는 사람은 다리 쪽 골밀도는 높아지지만 상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운동 종목을 보면 수영보다는 축구가, 축구보다는 배구나 농구가 골밀도 향상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이유입니다.

    다음으로는 칼슘 섭취입니다. 칼슘이 뼈를 만드는 재료라는 건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칼슘이 근육의 수축·이완, 혈액 응고, 신경 전달 과정에도 쓰이기 때문에 모자라면 뼈에 있는 것을 뺏어 간다는 사실입니다. 혈중 내에 칼슘농도가 떨어지면 골감소로 이어진다는 의미이지요.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칼슘이 듬뿍 들어간 식품을 고루 먹어야 합니다. 우유나 치즈, 견과류, 브로콜리, 멸치를 포함한 어패류를 추천합니다.

    또 하나는 비타민 D의 섭취입니다. 비타민 D는 뼈의 발육과 칼슘대사에 필요한 호르몬이지만 자외선에 의해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겨울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버섯이나 등 푸른 생선, 달걀노른자 등에 많이 들어 있고, 별도의 비타민류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폐경기 여성은 여기서 한 가지가 추가됩니다. 여성호르몬이 골밀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여성은 폐경을 맞으면서 5~7년 동안 골밀도가 20%나 떨어진다는군요.

    실제 폐경 여성에게 호르몬 보충 없이 운동을 시키면 골질량 증가가 매우 미미하답니다. 반면 운동과 에스트로겐 보충요법을 함께 진행하면 골밀도 향상이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여성호르몬을 무작정 권유할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서이지요. 다행히 부작용을 줄이면서 에스트로겐처럼 골밀도 증가에 도움을 주는 골다공증치료제가 있으니 의사와 상의해 사용하도록 하세요.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일찍 찾아오는 젊은 여성도 있습니다. 폐경 전 무월경이나 생리불순을 자주 겪는 여성, 심한 다이어트로 영양상태가 불량한 여성이 요주의 대상입니다. 체격이 왜소하고 마른 여성에게 많으니 골밀도를 측정해 보고 운동이나 식생활 개선 등을 통해 골밀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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