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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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

    [칼럼] 한상혁 콘텐츠2국장

    • 입력 2023.01.05 00:01
    • 수정 2023.01.06 06:49
    • 기자명 한상혁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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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 콘텐츠2국장
    한상혁 콘텐츠2국장

    새해가 되어 온 국민이 한 살씩 나이를 먹었다. 올해는 아마 이렇게 한국인이 동시에 나이를 먹는 마지막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행정 분야에 사용하는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시키는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나이 세는 법이 독특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 언어나 문화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영어에서는 나이를 표현할 때 ‘태어난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말한다. 태어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야(10-year-old) 10세가 되는 식이다. 그러니 ‘나이’라고 하면 당연히 ‘만 나이’를 의미한다.

    한국어에서 ‘몇 살’이라고 할 때 살은 개념이 조금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한 살인 한국 사람은 해가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 먹었다. 그러니 한국의 ‘나이’는 태어난 지 몇 년이 지났는지보다는 태어난 지 몇 년 차인지를 따지는 개념에 더 가깝다.

    이렇게 ‘연차’를 따지는 나이 개념은 또한 ‘나이(연차)’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한국식 문화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한국 사람은 나이(연차)에 따라 계급이 확실하게 나뉘는데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에게는 어려서부터 ‘형’ ‘언니’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관습이 있다. 반대로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동생’이다. 영어권에서는 나이(어떤 의미에서든)에 상관없이 서로 각자의 이름으로 호칭한다는 면에서 ‘나이’ 개념이 우리와 다를 뿐 아니라 사회 질서에 있어서 차지하는 의미도 우리 식보다는 훨씬 중요성이 덜하다 할 것이다.

    올해부터 ‘만 나이’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은 초등학생들은 최근 걱정이 많다고 한다. 어른들에게는 한 살 줄어드는 게 나쁠 것이 없는데,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은 오히려 싫은 것일까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에게는 ‘형’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배웠는데, 친구들 중 자신보다 생일이 이른 친구는 불과 몇 달이라도 ‘형’이 되기 때문이다. 친구였던 아이를 ‘형’으로 불러야 한다니 걱정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올해부터 ‘누가 형인가’를 따지기 복잡해지는 상황이 그저 어린이들의 일이라고 웃어 넘길 만한 일은 아니다. 나이에 따라 형 동생을 따지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출생 연도(연차 나이)가 같아서 친구로 지냈는데 ‘만 나이’에 따라 형이 된 사람은 앞으로 ‘형’이 되는 것일까? 그럼 나이가 더 위인 몇 달, 혹은 며칠만 ‘형’으로 칭하고 이후엔 다시 ‘동갑’이 되는 걸까? 아니면 ‘만 나이’가 도입됐다 하더라도 ‘형 동생을 따지는 기준’인 ‘연차’ 나이는 그대로 남아서, 여전히 이에 따라 ‘형 동생’을 따로 규정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되면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규범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당장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를 ‘형’이라고 부르도록 가르쳐야 하는 걸까? 나이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한국 문화가 그대로인 한 나이 세는 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도록 법으로 정한다는 발상은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왕 나이 세는 법을 고치는 김에 나이나 연공에 따른 수직적 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올해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원년이 된다. 공교롭게도 만 나이가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6월 강원특별자치도법이 시행된다. 강원도가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에 태어났다고 하니 한국 나이로 육백스물아홉살, 만 나이로는 628세가 되는 해에 강원특별자치도로 이름이 바뀌면서 한 살, 0세로 돌아가는 셈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아 도민의 의견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지역 맞춤형 산업 유치가 가능하고, 재정적인 특례도 있어 예산 따내기 경쟁 없이 연간 3조~4조원 이상의 재정 확보도 가능할 전망이다. 특별자치도 탄생에 맞춰 지난해 말 도청 신청사 부지가 춘천 동내면 고은리 일원으로 확정된 것도 뜻깊은 일이다.

    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은 국민 모두가 마음속에 새로운 다짐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시기다. 새해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다. 모두에게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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