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익의 교육만평] 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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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의 교육만평] 커피 이야기

    • 입력 2022.12.27 00:00
    • 수정 2022.12.27 10:25
    • 기자명 책읽는춘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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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최광익 책읽는춘천 대표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18세기 프랑스 외교관 탈레랑이 커피를 두고 한 말이다. 전국 카페 8만3000여곳, 연간 시장 규모 8조원, 1인당 연간 소비량 353잔(2018년 통계), 연간 원두 수입량 1조원, 우리나라 커피 산업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대략 1890년 전후로 알려져 있다.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 때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고,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처제로 알려진 독일인 여성 손탁이 건립한 손탁호텔(Sontag Hotel)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하우스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에는 영어 coffee를 음역(音譯)해서 ‘가배(珈琲)’라 했고, 빛과 맛이 탕약과 비슷해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 하여 ‘양탕(洋湯)’이라 불렀다.

    커피 원종은 크게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종류가 있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대부분(70%)은 아라비카종이며 800~2000m 고지에서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다. 로부스타종은 해충에 강하며 고온과 많은 강수량에 잘 견디어 800m 이하 낮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쓴맛이 강하고 향기가 부족해 블렌드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사용된다.

    미군이 주둔하고 월남전 전투 식량에 포함돼 있던 인스턴트 커피는 우리나라 커피문화 발전에 촉매제가 됐다. 1970년대 후반 다양한 믹스커피가 개발되고 자판기가 등장해 커피는 대중화됐다. 1980년대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하고, 1999년 미국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커피 전문점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22개 커피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있으며, 스타벅스가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 압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전국 카페의 90%는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카페’다.

    커피산업이 번창하면서 관련 직업도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 관련 직종으로는 바리스타(커피를 내리는 사람), 로스터(커피를 볶아 맛과 향을 구현하는 사람), 커퍼(커피의 맛과 향을 평가하는 사람 ), 블렌더(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재료를 조합하는 사람), 큐레이터(생두품질 및 커피 맛과 향을 감별하는 사람), 바리스타 트레이너, 커피머신 엔지니어가 있다. 이미 전국 10개 대학에 바리스타 학과가 설치돼 있으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원두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는 쉽게 말하면 커피 원액이다. 머신을 이용하여 신속하고 강한 압력으로 소량을 추출해 ‘데미타세’라는 작은 잔에 담아 마신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인이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너무 써서 쓴맛을 옅게 할 필요가 있다. 보통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는데, 이는 미국인들이 즐겨 마셔서 ‘아메리카노’라 한다.

    우유를 많이 섞어 맛을 옅고 고소하게 한 것이 카페라테이고, 우유를 적게 넣고 우유거품에 계피가루나 초콜릿 가루를 뿌린 것이 카푸치노다. 에스프레소는 대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지만, 사람이 손으로 종이필터를 사용해 추출하기도 한다. 이를 ‘핸드드립’이라 하는데, 머신에 비해 추출하는 과정이 더 섬세하고 추출하는 사람마다 방법도 다양하다.

    국제커피기구(ICO)는 런던에 본부를 두고 1963년 창설된 기구다. 커피 가격 유지와 품질 관리, 소비 확대,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의 이해관계 조정, 커피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것이 주된 임무다. 매년 10월 1일은 국제커피기구가 지정한 ‘세계 커피의 날’이다. 세계 최대 커피 산지인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9월에 커피 수확을 마치기 때문에 다음 달인 10월 1일이 커피의 신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은 한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나무를 키우고 수확하고 씻고 말리는 농부와 가족을 기념하는 날이다.

    커피는 주로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반면 원두는 일명 ‘커피벨트’(적도에서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한다. 소비자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며 내는 돈 중 커피 농부들에게 지불되는 돈은 0.5%에 불과하고, 99%는 다국적기업인 커피 가공업자, 판매업자, 중간상인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체제 아래에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커피 원두 농가는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정무역커피’ ‘지속가능커피’ 문제가 발생한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일상에서 커피농가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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