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너만 믿을게”⋯미친 물가 속, 귤 값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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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겨울 너만 믿을게”⋯미친 물가 속, 귤 값은 내렸다

    11월 기준 춘천 귤값 17% 하락
    제철 맞아 출하량 늘며 가격 내려
    귤 15kg, 2만원대에 거래되기도
    줄어든 소비도 가격 하락 원인

    • 입력 2022.12.08 00:01
    • 수정 2022.12.09 06:59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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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귤값이 싸서 여기저기 선물하고 있습니다.”

    춘천 교동에 사는 최윤희(63)씨는 연말을 앞두고 귤 15kg(5박스)을 3만원에 구매해 타지에 사는 지인들에게 한 상자씩 보냈다. 올겨울 유난히 귤값이 저렴해 부담이 줄어든 탓이다. 최씨는 “가스요금부터 붕어빵까지 가격이 안 오르는 것이 없는데 올해는 귤이 맛도 좋고 가격도 예년보다 저렴해 반갑다”고 말했다.

    겨울철 대표 과일 귤의 본격적인 출하 시작으로 가격이 계속 하락하며 물가 상승에 고민하던 소비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강원물가정보망에 따르면 이달 춘천에서 거래된 귤의 평균 가격은 1kg 기준 4895원이다. 전월(5898원) 대비 1003원(17.0%) 하락했고, 가격이 9973원까지 치솟았던 8월과 비교하면 절반(50.9%)이 떨어졌다. 최씨처럼 농장으로부터 직접 구매할 경우 10~15kg을 1만~2만원대에 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올해 들어 농산물·공산품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물가 속에서 귤처럼 가격이 예년 수준 이하를 유지하는 먹을거리는 흔치 않다.

     

    출하량 증가로 춘천에서 거래되는 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춘천 한 마트에서 직원이 귤을 고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출하량 증가로 춘천에서 거래되는 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춘천 한 마트에서 직원이 귤을 고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귤 가격 하락의 원인은 제철을 맞아 출고가 시작되며 거래 물량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귤 생산지인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출하연합회(감귤출하연합회)에 의하면 지난달 전국 9대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노지 감귤(밭에서 수확한 감귤)은 2억1432만t으로 10월 거래량(1억5116만t)보다 6316t(4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춘천에서 거래된 귤의 가격은 6990원에서 5898원으로 1092원(15.6%) 하락했다. 이달(7일 기준) 거래량도 이미 지난달 같은 기간(4865t)보다 600t 가까이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귤 가격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량 증가로 현지 농가에서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남은 물량을 판매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주부 박모(55)씨는 최근 지인의 소개로 귤 15kg을 2만원에 구매했다. 이달 춘천의 귤 평균 가격(15kg 기준 7만3000원)으로 같은 양을 산다고 계산했을 때 5만원 이상 저렴하다. 박씨는 “지인이 아는 농장이라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것도 있지만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판매자에게 물어보니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들며 물량이 많이 남아 떨이로도 판매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유통업체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농장과 소비자의 직거래(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하는 방식)가 활발하고, 대량 구매하면 가격은 더 저렴해진다. 한 네티즌은 “감귤 10kg을 1만9000원에 거래했다”며 판매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감귤 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출하된 귤을 유통업체에 보내도 수확은 계속된다”며 “금방 상하는 귤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 싼 가격에라도 판매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감귤출하연합회는 경기 악화로 줄어든 소비량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감귤출하연합회 관계자는 “작년보다 출하량이 줄었는데도 소비 수축으로 물량이 남아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며 “본격적으로 물량이 풀리며 가격은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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