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1000만원 생겼다, 국민연금 더 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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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1000만원 생겼다, 국민연금 더 부을까

    내달부터 연소득 2000만원 이상 건보료 피부양자 상실
    연금 늘리면 건보료 부담 늘어 ⋯ 개인연금도 부과될 듯 

    • 입력 2022.12.06 00:00
    • 수정 2022.12.07 07:07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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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국민연금은 현존하는 최고의 노후 재테크 상품이다.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난 데다 물가 상승까지 반영해준다. 게다가 추가 납부(추납), 수령 연기 등으로 가입 기간을 늘릴수록 연금액이 많아지게 설계돼 있다. 시중에는 이만한 금융상품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건보료 유탄’을 맞아서다.

    10년 전 직장에서 나와 집안일을 돌보다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해 월 9만원을 납입하는 한 가정주부의 예를 들어보자. 10년 후 60만원의 국민연금을 수령할 예정인데, 최근 만기가 돌아온 은행적금 1000만원이 생겼다. 만약 이 돈으로 국민연금 추납 제도를 이용하면 수령액은 68만원으로 올라간다. 남편이 타게 될 국민연금까지 감안하면 수령액이 200만원 가까이 된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지역가입자로 넘어가 월평균 15만원대인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몇 만원 늘리려다 수십만원의 건보료를 뒤집어쓰는 셈이다.

    지금까지 노후 소득으로 국민연금만 있는 경우 건보료는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난 9월 정부가 건보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통해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서 졸지에 건보료 부담이 늘어난 은퇴자가 급증했다.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은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낮아지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합산소득에는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 등), 사업소득, 근로소득, 공적연금 소득, 기타소득이 포함된다. 다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은 빠진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은퇴자다. 건보료 소득 인정 기준 강화로 27만3000명 정도가 피부양자에서 제외됐는데, 그중 연금 소득자가 75%(20만5212명)에 달했다.

    국민연금으로 매월 167만원 이상을 타는 은퇴자는 다른 소득이 없더라도 연금만으로 연간 2000만원이 초과되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퇴직 공무원은 2019년 기준 연간 2976만원으로 대부분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해 피부양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던 이들은 이번 달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소득은 물론 보유 부동산에까지 부과된 건보료 고지서를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한 60대 은퇴자는 “퇴직하면 돈 한 푼이 아쉬운데 앞으로 연 200만원이 넘는 건보료를 내라니 울화통이 터진다”며 “정부, 연금공단, 언론 기사의 권유로 연금을 늘렸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하소연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반납과 추납·연기·임의계속가입 4가지로, 국민연금의 경쟁력을 다른 금융상품보다 우위에 올려놓으면서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젠 건보료 유탄을 부르는 요인으로 돌변했다. 국민연금공단조차도 앞으로는 연금을 늘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이중 40, 50대 중년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금 재테크’는 추납이다. 추납 제도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가정주부, 실직을 겪은 국민이 납부 중지 기간에 해당하는 납부액을 추후에라도 납부하면 이를 가입 기간으로 산입해주는 것으로 1999년 4월 도입됐다. 그동안 추납보험료 평균 납부금액이 250만원에서 560만원으로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부 고소득층 중심으로 추납을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삼아 재산증식에 나서는 가운데 1억원이 넘는 돈을 납부하는 사례도 생겼다. 그러나 올 들어 피부양자 자격 여건이 강화된다는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추납 신청자가 지난해 1만7417명에서 1만3623명으로 줄었다.

    그럼 만약 앞서 예로 든 가정주부가 1000만원을 IRP(개인형 퇴직연금) 같은 개인연금에 넣는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현재로선 건보료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이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감사원은 최근 사적연금 소득의 규모가 증가하는데도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정부는 감사결과를 수용하고 보험료 산정 등에 사적연금 소득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령화·저출산으로 건보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데다 피부양자 제도가 ‘무임승차’ 논란이 있는 만큼 구조 개혁에 따른 보험료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각종 연금엔 절세 등 다른 금융상품이 누리지 못하는 혜택이 많으므로 주된 노후 생활비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되 기대치는 낮추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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