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분야 편중, 지역성 희미⋯'춘천시사' 최근 트렌드와 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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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분야 편중, 지역성 희미⋯'춘천시사' 최근 트렌드와 상충

    [시대 역행 춘천시사편찬위원회] 下
    위원도 역사학자 위주로 구성
    현대사 담당 인류사 위원 추가
    '다양화 필요' 지적에도 그대로
    '분야사 중심' 요즘 경향과 괴리

    • 입력 2022.12.08 00:00
    • 수정 2022.12.22 11:47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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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시사편찬 트렌드는 역사 중심이 아니라 분야사(주제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수원시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춘천시도 사업 초기에는 과거 관찬(官撰) 사료 중심이 아닌 생활사, 문화사적 접근을 통한 지역의 생활문화와 경험을 서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춘천시로부터 받은 편찬위 계획은 '춘천의 역사를 춘천인의 시각에서 편찬’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시사편찬 위원도 역사 분야 학자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역사 분야 집중 해소 지적에도 변화 無
    춘천시에 따르면 춘천시사편찬위원회 위원은 모두 10명이다. 당연직인 춘천시 문화환경국장과 위촉직인 춘천시의원을 제외한 위원은 8명이다. 위원들은 고고학과 한국사 등 역사 분야 위원이 6명이며 분야사에 해당하는 위원은 2명뿐이다. 타지역 시사편찬위원회가 분야사 위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시사 편찬위원 전공 분야 및 전문가 수 비교표. 춘천시사편찬위의 분야사 전문가는 25%에 그쳤지만, 경기도와 화성시 등은 분야사 위원을 60% 이상 포함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도·시사 편찬위원 전공 분야 및 전문가 수 비교표. 춘천시사편찬위의 분야사 전문가는 25%에 그쳤지만, 경기도와 화성시 등은 분야사 위원을 60% 이상 포함하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경기도의 경우 도사편찬위원회 20명 가운데 60%가 분야사 연구자로 구성됐다. 국문학과 민속학(한국민속·비교민속), 문화사(한국·세계문화사), 사회학(사회사·사회과학), 문헌 정보(고문학), 지리(인문·자연), 문화콘텐츠(문화콘텐츠 활용, 융합), 예술, 경제 등으로 세분화해 12명을 배치했다.

    화성시도 분야사 전문가가 60%를 넘어선다. 위탁기관과 당연직을 제외한 총 11명 위원 중 4명을 한국사에, 7명을 분야사에 각각 배정했다. 인천시와 부산시도 50%에 가까운 비율로 꾸렸다. 인천시는 한국사에 6명, 분야사 5명을 배정했고 부산시는 고고·한국사에 10명, 분야사에 10명으로 각각 나눴다. 

    춘천시는 분야사 위원이 단 2명이다. 시의원을 제외한 위촉 위원 8명 가운데 고고·한국사에 6명 위원이 집중됐다. 또 25%에 해당하는 분야사 위원도 지리학과 한문학뿐이다. 다른 지역 위원 구성에 인류학, 민속학, 문화사, 국문학 등의 전문가가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다. 

    위원의 역사분야 집중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편찬회의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7월 18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그때(1차 회의) 제가 편찬위원 추가 공모에 대해 의견을 냈었는데⋯민속학이나 예술, 건축 이런 분야에 편찬위원이 계셔야지 필자 섭외나 목차 선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 몇 분야에 대해 편찬위원 추가 공모하는 것을 제시합니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위원이 역사 분야에 치우쳐 목차 선정 과정에서부터 분야사 위원이 충원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적도 있었다. 한 위원은 “여기 계신 분들도 거의 역사 전공의 위원님들로 치우쳐 계시니까 현대사가 됐든 인류학이 됐든 추가로 모집하는 것은 동의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전체 차례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부터 함께 하셔야 분야사에서 제대로 된 목차를 같이 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위원장의 “다음 회의 때 논의하자”는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다음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정일 화성시청 문화유산과 역사진흥사업팀장은 “화성시에서 20여년간 학예연구사를 하고 2번의 시사편찬 업무를 담당한 경험으로 보면 각 분야 위원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위원 구성을 할 때 역사학과 지리학, 인류학, 민속학 등의 연구자를 분야별로 안배해 특정 분야가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는 후대가 연구할 자료를 만들기 위해 현대를 기록하는 추세고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인류학인데, 춘천시사 위원에는 인류학이 없다”며 “역사학과 인류학은 보는 관점이 다른데 그러면 누가 현재를 기록하는지 모르겠다. 편찬위 구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시사편찬위의 B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사편찬위원회는 시의 역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종합적인 내용을 다 다뤄야 한다”며 “보통의 경우 역사하는 사람이 절반 이하로 들어가야 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독특한 경우”라고 언급했다. 이어 “위원회 구성이 처음부터 불균형하게 되어서 이를 보완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나왔는데 이미 역사 분야 위원이 다수라 의사결정 과정에도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며 “특정 학문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는데 보편적 기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춘천시사인데, 지역 특수성은 어디에⋯
    춘천시사 목차에 지역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찬의 의미가 옅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특수성을 담아야 할 시사에 새로운 연구나 지역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시사편찬은 지난 1996년 춘천 100년사 제작 이후 26년 만이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나 지역에 대한 고민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당시 춘천 100년사는 1990년대까지의 춘천의 모습을 기록했다. 춘천시사 차례를 보면 일제강점기 이후 ‘1945~1959년’, ‘1960~1994년’, ‘1995년~’으로 분류했다. 1996년부터 2020년대까지 한데 묶여 ‘춘천 사람이 주도하는 살기 좋은 춘천’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어느 지역 시사에 포함해도 이질적이지 않은 부제로 춘천만의 특수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자체 시사편찬 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수원시사의 간행 목록. 수원 여성과 노동자, 이주민 등 수원만의 특색이 잘 드러나있다. (사진=수원문화원 아카이브)
    지자체 시사편찬 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수원시사의 간행 목록. 수원 여성과 노동자, 이주민 등 수원만의 특색이 잘 드러나있다. (사진=수원문화원 아카이브)

    전문가들은 현대사의 20년 변화는 과거 100년 동안 일어난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생기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춘천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도시계획 등에서 현저하게 변화했다. 그 때문에 현대사에 대한 고민 없이 현재대로 진행된다면 결국 서울 중심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춘천시사편찬위원회의 A위원은 “고성군지의 경우 강원도사가 50%를 차지하고 중앙사가 30% 정도 돼 고성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며 “역사를 중심으로 한 시군지가 중앙사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춘천도 현재대로 진행되면 춘천시사라고 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역사 분야에 집중된 위원 구성이 목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목차에 춘천의 특색이 드러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 원인은 편찬체제에 2가지 분야만 존재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분야사가 10권에 해당해 다양한 분야를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가지 방법으로만 연구됐다는 것이다.

    홍현영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원은 “40권에서 사료집을 뺀 20권 가운데 10권은 역사학, 10권은 민속학 방법론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며 “요즘은 도시, 건축, 인류학, 경제학, 노동 연구 등 다양한 분야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방법론으로는 춘천의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주제들로는 춘천의 변화나 지역의 특성,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춘천이 좀 더 잘 보이는 연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학문 분야와 이를 연구하는 위원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춘천시사 편찬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총사업비 40억원을 들여 40권을 간행하게 된다. 1권에 1억원이 소요되는 셈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된다. 첫 간행은 2023년으로 2031년에 마무리된다. 2023년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사료집 발간이 이뤄지고 시대사는 2024년 12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9권이 간행된다. 분야사는 2027년 첫 간행이 이뤄져 2031년까지 진행된다. 사업 초기 사료집과 시대사 간행이 집중되고 5년이 지나서야 분야사 첫 간행물이 나온다. 사업 시작 전부터 사업이 끝까지 진행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춘천시사편찬위원회의 B위원은 “사업 종료 때까지 정권이 수차례 바뀔 수 있는데 예산을 계속해서 편성 받을지도 미지수고, 성과가 확인되지 않으면 시대사만 발행하다 사업이 종료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춘천의 시사편찬 업무는 시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편찬위원에 당연직으로 시 담당국장이 포함된 만큼 시 차원에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시사편찬은 지난해 문화콘텐츠과 소관이었다가 육동한 시정에서 문화콘텐츠가 문화예술과로 통합되면서 문화예술과 담당이 됐다. 지난 5월 첫 편찬회의부터 10월 회의까지 세 명의 담당과장이 회의를 거쳐갔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부서를 통합하며 최근에 업무를 맡아 그 전 회의록을 스캔(훑어보기)만 한 정도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제기한 내용이 다음 회의에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던 점에 대한 질문에는 “상임위원을 전문가로 뽑고 맡기다 보니 저희와 다르게 행정에 대한 부분이 미지근했던 것 같다. 다음부터는 잘 논의하고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끝>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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