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무인카페, 플라스틱 빨대 계속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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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사각지대’ 무인카페, 플라스틱 빨대 계속 쓴다

    환경부 이달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확대 실시
    무인카페는 대상에 미포함⋯일회용품 사용 자유
    춘천 무인카페 여러 곳 일회용품 다수 사용
    일반 카페 “불공평”, 무인카페 “가이드 따랐을 뿐”

    • 입력 2022.11.29 00:01
    • 수정 2022.11.29 15:06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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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방문한 후평동 한 무인카페에는 플라스틱 빨대, 컵과 같은 일회용품이 놓여있었다. (사진=서충식 기자)
    28일 방문한 후평동 한 무인카페에는 플라스틱 빨대, 컵과 같은 일회용품이 다수 놓여있었다. (사진=서충식 기자)

    정부가 최근 확대 시행한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 무인카페가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일반 카페는 일회용품 규제가 이대로 확정 시행되면 편리한 일회용품 사용이 가능한 무인카페에만 손님이 몰릴 것이라며 반발하는 한편 무인카페는 “가이드에 따랐을 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28일 오전 11시쯤 춘천 후평동에 있는 한 무인카페에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빨대가 비치돼 있었다. 지난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확대됐음에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지하는 안내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매장 내에도 플라스틱 컵이 아무런 관리 없이 놓여 있었다. 인근 또 다른 무인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플라스틱 빨대와 컵, 뜨거운 음료를 젓는 용도의 납작한 스틱에 음료를 담아가는 비닐봉투까지 구비된 상태였다.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4)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뉴스를 통해서 일회용품 규제가 확대됐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무인카페는 대상이 아니기에 비치해 놓은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더 비싸면서도 사용이 불편한 종이 빨대를 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무인카페에는 포장용 비닐봉투까지 있었지만, 일회용품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사진=서충식 기자)
    또 다른 무인카페에는 포장용 비닐봉투까지 있었지만, 일회용품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사진=서충식 기자)

    앞서 환경부는 이달 24일부터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뿐 아니라 빨대, 비닐봉투 등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다만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두면서 단속 및 과태료 부과는 아직 유예 중이다. 그럼에도 일부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는 일회용품 사용금지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카페에서는 규제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적용 범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규제 대상은 집단급식소, 식품접객업, 대규모 점포, 도매·소매업 등이다. 이중 카페는 식품접객업에 포함된다. 그러나 무인카페가 속해있는 식품자동판매업종은 규제 대상에 포함돼있지 않다. 가이드라인에도 ‘자동판매기를 통해 음식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있다.

    일반 카페 점주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림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44)씨는 “우리도 무인카페도 똑같이 커피를 파는 곳인데, 왜 이런 공평하지 못한 결정이 내려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일회용품 사용이 가능해 편리한 무인카페에 손님이 몰리며 형평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카페 내 일회용품을 줄인다는 취지도 무색해질 것이란 것. 그는 이어 “플라스틱 빨대 단가는 개당 8~9원, 종이 빨대는 14~15원 정도로 금액 차이가 크다”며 “일단은 플라스틱 빨대 재고를 모두 사용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힘들더라도 미리 적응하기 위해 종이 빨대를 쓸 생각”이라고 했다.

    춘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일회용품 규제 확대 대상에서 제외된 무인카페를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다만 앞으로 각 행정복지센터를 통한 홍보와 시민들의 신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상 업소의 일회용품 사용을 보다 많이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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