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의 젊은춘천] 창업가는 왜 우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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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완의 젊은춘천] 창업가는 왜 우울한가

    • 입력 2022.11.23 00:00
    • 수정 2022.11.23 19:34
    • 기자명 낭만농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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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
    김수완 낭만농객 대표

    최근 일상생활 중 숨을 쉬는 게 힘들어져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내과를 갈까 정신과를 갈까 고민하다 정신과가 더 빨리 영업을 마친다길래 그곳에 먼저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선 내과에 갈 필요는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없었지만 아마 오랜 시간 누적된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울감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대부분은 우울증이라고 하면 항상 슬퍼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사는 일상이 지속되고 잠이 유독 많아지거나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어깨가 결리기도 하고 손발이 저릴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증상으로 누구에게나 문득 찾아올 수 있는 질환입니다.

    본인의 사업을 일궈가는 동료 창업가 사이에선 유독 우울증이 비일비재한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일하며 내가 원하는 가치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행복할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좋은 점보다 힘든 점이 더 많습니다. 창업가는 외로운 직업입니다. 미숙한 한 사람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잘 성장하고 있을 땐 여유롭지만 반대의 상황에선 지독히 혼자가 됩니다. 회사가 어려운 걸 팀원들과 투자자에게 쉽게 공유하지 못합니다. 이 팀이 실패하지 않을까? 그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게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결정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한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의 기쁨은 잠시, 또다시 저마다의 고민이 찾아올 것입니다. 확보한 투자금을 태우며 후속 투자를 위해 한 단계 더 도약한 기업의 모습을 증명해야 합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며 채용을 늘려갈 것이고 그로 인해 투자금은 빠르게 소진될 것입니다. 이처럼 창업가는 매 순간 도전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창업가들은 필수적으로 자신만의 건강 관리법을 찾아내고 적용해야 합니다. 주변의 동료 대표들을 보면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주말마다 휴대폰을 끈 채 산을 오르고 누군가는 딱 정해진 답이 있는 수학 문제를 푼다고 합니다.

    몇 해 전 만나 미팅을 가졌던 투자사 대표가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대표가 가장 중요해요.” 이제야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기업을 성공시키는 데는 현재의 시장, 자본금, 아이템, 운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그것들은 외부의 요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사업을 중단시키지 않을 창업가의 의지력입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창업가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인지해서인지 몇몇 스타트업 지원 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창업가의 정신 건강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창업가들의 스트레스를 진단하기 위해 전문 상담사와의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일은 잠시 잊은 채 며칠간의 여행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창업가 스스로 본인의 우울함을 인정하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표자.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 단순히 계약서에 법인 도장을 날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기업을 존속시키기 위해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고배를 마시는지 헤아려 보면 저도 함께 안쓰러워집니다. 그만큼 쉬운 위치가 아님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스갯말이지만 창업가들끼리 무척 공감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살날의 일부를 미리 가불해 현재에 쏟아붓는 중이다.” 기업이 성공했을 때 창업가가 가져가는 막대한 인센티브와 성취감은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조금 더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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