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은 내렸는데 왜?” 늘어난 김장 비용에 주부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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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춧값은 내렸는데 왜?” 늘어난 김장 비용에 주부들 한숨

    배춧값 절반 넘게 하락, 한 포기 4000원
    배춧값 하락에도 양념값 올라 김장 비용↑
    지난해 대비 김장에 5만원 이상 더 들어
    김장 물량 줄이거나 절임 배추 등 이용도

    • 입력 2022.11.10 00:02
    • 수정 2022.11.14 00:07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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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김장은 배추 20포기만 하려고요.”

    춘천중앙시장에서 장을 보던 박모(63)씨는 채소 가게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박씨 가족은 작년까지는 매년 겨울 30포기씩 김장을 했다. 하지만 올해 양파, 마늘, 생강 등 김장에 들어가는 재료 가격이 올라 같은 비용으로 20포기 분량 밖에 재료를 구할 수 없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고공 행진하던 배춧값이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의 김장비용은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소금, 양파 등 양념 재료 가격이 급등해 배추값이 내린 것 이상으로 부담이 늘어서다. 가격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며 김장 규모를 줄이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물가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마트에서 4인 가족에 필요한 김장 재료를 구매하는 데 47만3090원이 들어간다. 지난해(41만9620원)보다 5만3470원(12.7%) 늘어난 금액이다. 여기에는 배추(16포기‧6만3750원), 무(11개‧2만8760원) 등 주재료보다도 마늘(1kg‧3만4910원), 생강(1.2kg 기준 7540원)과 양념에 들어가는 고춧가루(6kg‧14만3480원), 소금(7kg 기준 3만160원), 새우젓(1.8kg 기준 2만4870원) 등 부재료들의 가격 비중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지난달 1포기에 1만원에 가깝던 배추 값이 4000원선까지 급락했음에도 김장 비용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

    이렇게 김장 비용이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김장할 배추의 양을 줄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주부 김모(77)씨는 “해가 갈수록 김장이 힘에 부치는데 가격도 올랐으니 양을 줄이거나 아예 사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룟값 상승으로 김장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춘천 전통시장에서 한 시민이 김장 재료를 고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재룟값 상승으로 김장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춘천 전통시장에서 한 시민이 김장 재료를 고르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양파, 소금 등 양념에 들어가는 다른 재룟값은 대부분 올해 들어 급격하게 올랐다. 지난해 춘천 대형 마트에서 1kg당 1990원에 거래되던 양파 가격은 8일 기준 2330원으로 340원(17.1%) 올랐다. 같은 기간 생강(1kg), 마늘(1kg) 역시 각각 2200원(25%), 4300원(37.1%)씩 가격이 상승했다. 소금도 마찬가지였다. 강원물가정보망에 따르면 3일 기준 춘천의 소금(국산 천일염 1kg)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3417원) 대비 544원(16.0%) 오른 3961원이었다. 고춧가루(-23.7%‧1kg), 대파(-53.5%‧1kg) 등 같은 기간에 가격이 하락한 김장 재료들도 있었지만, 비용 증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높아진 가격에 대한 대책으로 절임 배추, 포장김치 등을 찾는 이들도 나타났다. 한국물가협회 기준 대형 마트에서 40kg짜리 절임 배추(16~18포기)의 가격은 평균 9만2200원이다. 같은 양의 배추를 춘천중앙시장에서 구매하면 6만4000원~7만2000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를 절이는 데 소금 10kg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3만9610원이 추가돼 총 10만3610원~11만1610원이 된다. 재룟값 상승이 지속되면 절임 배추 가격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절임 배추가 더 저렴한 상황이다.

    김장철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물가협회 관계자는 “배춧값 변동이 컸던 가운데 공급 문제 등으로 김장 필수재료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며 김장 물가가 올랐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11월 한 달간 매주 김장 재료 시세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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