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경제] ‘춘천닭갈비’ 상표권 주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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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경제] ‘춘천닭갈비’ 상표권 주인은 누구일까?

    지역 명칭 딴 춘천닭갈비 상표 등록 불가
    지리적 표시제 단체표장 추진했지만 실패
    주원료 원산지 인정 여부가 관건

    • 입력 2022.10.17 00:01
    • 수정 2022.10.18 08:16
    • 기자명 최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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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경제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경제 기사’ 입니다. MS투데이가 춘천 지역 독자들을 위한 재미있고 유용한 경제 뉴스를 전달해 드립니다.>

    춘천닭갈비는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흔한 식당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행정안전부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춘천닭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음식점은 모두 532곳이다. 상호에 ‘닭갈비’가 들어간 음식점 3155개 중 16.9%에 해당한다. 춘천명물닭갈비, 춘천전통닭갈비 등 다른 단어를 추가한 업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러니 만약 춘천닭갈비란 상호가 상표로 등록됐다면 상표권자는 떼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 많은 식당에서 눈에 띄고 신뢰도 높은 상호를 사용하면서 로열티를 지불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호와 달리, ‘춘천닭갈비’라는 상호를 사용하는데에는 별다른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유가 뭘까?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한 가게 간판에 '춘천 닭갈비'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한 가게 간판에 '춘천 닭갈비'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상표법에서는 지리적 명칭을 상표권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돼있다. 이 때문에 최초로 춘천닭갈비 상호를 사용한 가게도 상표권을 등록하지 못했고, 아직도 상표의 주인이 없는 셈이다. 한태근 상표 전문 변리사는 “춘천‘전통’닭갈비·춘천‘명품’닭갈비처럼 제3의 단어가 들어간 경우도 그 단어가 독점권을 가지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업주의 이름이나 별명 등 독점권을 가지고 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엔 상표권 등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춘천과 전혀 관련 없는 지역의 식당에서 춘천닭갈비 상호를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횡성한우’, ’이천쌀’ 등 지역 명칭을 딴 제품명이 법적 상표로서 인정받는 경우도 많지만 춘천닭갈비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닭갈비의 고장으로서 춘천닭갈비라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춘천 닭갈비. 춘천 닭갈비는 현재 지리적 표시제 품목에 등록돼 있지 않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 닭갈비. 춘천 닭갈비는 현재 지리적 표시제 품목에 등록돼 있지 않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닭갈비도 상표 등록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2002년부터 시행한 ‘지리적표시제 단체표장’ 제도를 통해서다. 지리적표시제는 상품의 명성과 품질이 특정 지역의 자연환경 또는 생산자 노력의 결과로 나타났을 때 지역명을 상품 이름에 포함시켜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임을 알리는 표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함부로 이름을 사용하거나 유사품을 판매하는 등의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춘천시는 지속적으로 춘천닭갈비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춘천시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닭갈비가 춘천 고유 식품이라는 고증 자료 부족과 주원료 원산지 문제 등으로 계속 반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적표시제 대상은 ‘대상 지역에서만 생산된 농수산물이 주원료여야 한다’고 기준이 명시돼 있다. ‘영광굴비’의 경우 2010년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했으나 주원료인 참조기가 영광에서만 잡힌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되기도 했다.

    따라서 닭갈비 주원료의 춘천지역 내 생산 여부가 지리적표시제 등록에 중요한 기준이다. 지리적표시제 품목 중 농축산물 및 그 가공품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주원료가 해당 지역에서 생산돼야 하는 만큼 닭갈비의 주원료인 닭과 양념이 춘천에서 생산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만약 지리적표시제로 상표권 등록이 가능하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춘천닭갈비란 상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 상표권자는 지리적표시제를 신청한 법인 단체 등이며 소속원이라면 상표 사용이 가능하다. 다른 상표권과 달리 ‘단체표장’에 의해 해당 법인과 소속원들에게만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로열티를 지급한다 해도 상호를 사용할 수 없다.

    2009년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춘천막국수’의 경우 ‘춘천막국수협의회 영농조합법인’이 상표권자가 됐다. 전경수 춘천 막국수협의회 영농조합법인 총괄관리부장은 “상표권 등록 후 춘천막국수라는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는 업체에 대한 법적 조치가 가능해져 상품 이미지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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