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월세 급등의 함정⋯춘천-서울 ‘통학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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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월세 급등의 함정⋯춘천-서울 ‘통학러’ 급증

    대면 수업·전세 부담에 대학가 월세 급등
    교통비, 월세보다 최대 20만원 저렴
    대학생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 입력 2022.10.11 00:01
    • 수정 2022.10.12 10:36
    • 기자명 최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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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이번 학기 월세 계약을 포기하고 서울 본가에서 매일 통학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오전 6시45분 서울 종합운동장 앞에서 통학 버스를 탄다. 돌아가는 버스는 오후 6시10분에 출발한다. 그는 “월세방도 알아봤는데 돈이 너무 아깝더라”며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늦게 끝나 힘들지만, 가격이 부담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통학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달 28만원(주 5일 기준)의 이용료를 내고 있다.

    대학가 월세 급등에 전세 대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외지에서 춘천으로 매일 통학하기를 택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학을 위해 시간과 교통비가 만만치않게 들지만, 전세나 월세 주거비보다는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의 시간 활용 면에서도, 장기적인 춘천 거주 인구 확대를 위한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림대 측은 매월 선착순 신청을 받는 통학 버스가 현재 만석이라고 밝혔다. 서울·경기 등 자택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통학 버스의 인기가 상승한 것이다. 버스(45인승)는 서울·구리 두 개 노선이며 매일 각 한 대씩 운행한다. 한림대 관계자는 “수도권 통학생 수가 많아 이달 중 버스를 늘려 추가 신청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춘선 전철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춘천역에서 하차하는 경로이며 편도 2950원의 요금이 발생한다. 이달 중 평일에만 경춘선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왕복 요금은 11만2100원이다. 전철을 이용하는 통학생들을 위해 춘천역·남춘천역 등을 다니는 셔틀버스 4개 노선도 아침, 저녁으로 운행 중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통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대학가 월세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통학생이 늘어난 가운데 학생들이 원룸 임대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대학가 월세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통학생이 늘어난 가운데 학생들이 원룸 임대 홍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부동산 플랫폼 직방 자료를 보면, 한림대학교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는 38만원, 강원대학교는 36만8000원이다. 통학 버스 요금과 비교했을 때 10만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이사 비용과 관리비, 1인가구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통학 비용 대비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적지 않은 비용에 자취를 포기하고 통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올해 8월 춘천지역 월세 통합가격지수는 전년 동월(100.6)보다 0.9p 상승한 101.5로, 통계수록 기점인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월세 통합가격지수는 특정 시점을 기준(100) 삼아 월세 변동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춘천 대학가 월세만을 보면 체감 상승폭은 더욱 크다. 인근 학교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교동의 한 다가구 주택은 가을 학기를 앞두고 새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보증금(200만원→ 300만원)과 월세(30만원→35만원)를 각각 인상했다. 최근 이곳에 입주한 대학생 조모(25)씨는 “학교에 다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계약은 했지만 월세가 너무 높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주거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한림대 인근 원룸은 그동안 대부분 연초에 월세와 보증금을 인상해왔다. 하지만 최근 거리두기 해제와 대면 수업 부활로 임차 수요가 늘어나자 연중 수시로 월세가 상승한다. 한림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신축 원룸이 월세를 기존 시세보다 높은 50만원으로 책정하자 주변 임대인들도 시기와 상관없이 월세를 올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월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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