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택시가 없다⋯춘천 택시 17%는 ‘휴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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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 택시가 없다⋯춘천 택시 17%는 ‘휴업 중’

    9월 기준 춘천 내 휴업 택시 129대
    코로나19·유류비↑등으로 수입 감소
    적은 임금으로 택시 기사들 이직 多
    국토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 발표

    • 입력 2022.10.07 00:02
    • 수정 2022.10.11 00:11
    • 기자명 최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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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15시간씩 일하는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칩니다.”

    6일 춘천 A 법인 택시 업체 주차장. 한쪽 구석엔 번호판이 없는 택시들에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운행을 나가지 않는 차들의 번호판을 시청에 반납하고 임시휴무한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택시를 운전할 기사가 없으니 쉬는 차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이 수익 감소를 이유로 대거 업계를 떠나면서 춘천 지역 내 택시 대수가 지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출퇴근·심야 시간 택시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며 요금 인상을 비롯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연말부터 서울의 심야 택시 호출비를 5000원까지 올리기로 하면서 춘천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춘천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춘천에서 기사가 없어 휴업신고 된 법인 택시는 총 129대다. 전체 법인 택시 규모(728대)의 17.7%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사가 없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가 늘어나자 시는 올해 7월부터 이달 1일까지 지역 내 법인 택시 33대를 감차했다. 기사가 줄어 개점휴업 상태인 택시가 늘어나자 면허를 말소하고 폐차했다는 의미다. 2024년까지 총 57대가 감차 될 예정이다.

    운행 규모가 줄자 악천후, 출·퇴근 및 심야 시간 택시 부족으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27)씨는 비가 내리던 지난 주말 춘천시외버스터미널 택시 정거장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 이씨는 “카카오 앱과 전화를 이용해 택시를 호출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며 “택시가 안 잡혀 포기하고 걸어가거나 늦은 적도 많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되고부터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등으로 수입이 감소하자 택시 기사들이 일한 만큼 수익이 따라오는 택배‧배달업 등으로 기사들이 대거 이탈했다. 강원도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3267명이던 강원지역 법인 택시 기사는 지난달 2550명으로 717명(21.9%) 감소했다. 또 국제 정세 악화로 유류비 등 원자재 가격이 인상돼 기사들에게 돌아오는 몫이 더욱 줄어들게 된 것도 다른 원인으로 파악된다.

    승객이 줄어 기사 수입이 감소하자 택시 운행 대수가 줄고, 이에 따라 승객 수요가 특히 많은 출퇴근·심야 시간에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현재 남아있는 기사들 역시 출퇴근·심야 시간 등의 수입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법인 택시를 운행하는 박모(56)씨는 “야간을 포함해 하루 15시간씩 운전을 해도 120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가 한 달에 20일을 일하고 12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그의 시급은 약 4000원 수준이다. 최저임금(9160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춘천지역 법인 택시 129대가 운행 중지 상태인 가운데 한 택시 기사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춘천지역 법인 택시 129대가 운행 중지 상태인 가운데 한 택시 기사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최민준 인턴기자)

    택시 업계는 운행 정상화를 위해 물가 상승률 대비 낮은 택시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춘천지역은 올해 기본요금이 4월 33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기사 수를 늘릴만큼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4580원에서 9160원으로 100% 증가한 것에 비해 춘천지역 택시 기본요금은 2200원에서 3800원으로 72% 상승했다. 박시원 강원도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이사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LPG 가격이 급등하며 유류비 부담도 더 커졌다”며 “기사들의 수입이 늘어야 택시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사들의 감소로 거리의 택시가 사라지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정부는 떠난 기사들을 돌아오게 하려는 각종 대안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고 심야(오후 10시~오전 3시) 호출료를 최고 5000원까지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심야 호출료 인상’의 경우 수도권에서 연말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고, 내년 이후 춘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택시 기사 자격 취득 과정 완화 △차고지 외 주차 허용 등을 시행한다.

    춘천시는 올해 택시 기본요금을 이미 인상한만큼 당분간은 추가 인상 계획이 없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강원도청 교통과 관계자는 “춘천시는 이미 자체 판단으로 택시 부제를 해제했고, 그 결과 심야 택시 30%가 더 공급되며 심야 택시난이 완화하는 추세”라며 “택시 업계에서도 택시난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조속 해결될 수 있도록 심야 운행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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