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눈치 없다’는 말 듣지 않으려면 망막부터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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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눈치 없다’는 말 듣지 않으려면 망막부터 챙기세요

    • 입력 2022.09.30 00:00
    • 수정 2022.09.30 17:39
    • 기자명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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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눈치껏 해’ ‘눈치 보지 마’ ‘눈치 없다’⋯. 눈치 없이 사회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원만히 할 수 있을까요. ‘눈치’는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수단입니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눈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외부에서 빛이 들어오면 각막과 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닿게 되고,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가 이를 전기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합니다. 망막은 상을 맺는 곳이니 카메라의 필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눈을 디지털 카메라로 비유하면 576메가픽셀 정밀도에 견줄 수 있습니다. 1메가가 100만을 뜻하니 성능 좋은 휴대폰 카메라의 500배 이상이라는 뜻이죠. 

    망막에는 사물의 모양과 밝기, 그리고 색상을 구분하는 시각 세포가 있습니다. 이중 명암을 인식하는 막대세포가 무려 1억개, 색깔을 구별하는 원추세포는 700만개나 존재하죠.

    원추세포가 인지하는 색상은 빨강과 파랑, 그리고 초록입니다. 이를 조합해 우리의 뇌는 약 100만개의 색상을 구분하고, 여기에 500여 영역대의 명암이 더해져 피사체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게다가 빛이 원추세포와 접촉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시간은 몇 조분의 1초라고 해요. 그러니 찰나의 시간에 상대방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분위기를 포착해 소위 ‘눈치를 채는 것’이지요.

    망막에는 아직도 과학이 풀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습니다. 100만개 이상의 시신경이 밀집해 있는데다 미세 혈관까지 분포돼 치료 또한 쉽지 않습니다. 이식 역시 불가능합니다. 안구 이식이라고 하면 안구 전체를 옮기는 것이라고 혼동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실제 이식하는 부위는 각막과 결막, 공막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망막 질환이 발생하면 회복보다는 증상의 지연에 주력하는 거죠. 우리가 망막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입니다.

    9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국제망막협회가 제정한 ‘세계 망막의 날’(올해는 24일)입니다. 요즘 세계적인 관심사가 바로 망막 질환의 급증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을 맞아 ‘지난 5년간 황반변성 질환이 130%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진료 인원은 38만1800여명에 이릅니다.

    황반은 망막의 중심부를 말합니다. 사물을 정확하게 보는 막대세포와 원추세포가 밀집된 부위죠. 따라서 황반에 변성이 오면 사물의 초점이 맞지 않는가 하면 피사체가 왜곡돼 보입니다. 완전 실명으로 가진 않지만 중심 시력을 잃다 보니 타인에 대한 얼굴 인식이 어렵고, 글을 읽거나 운전, 요리, 수작업과 같은 일이 어려워집니다.

    황반변성(AMD) 발병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입니다. 50세 이후 시작돼 70대 중반부터 급증하거든요. 여기에 흡연과 고지혈증, 자외선, 고도근시, 유전적 소인이 질환을 부추깁니다.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도는 3배까지 늘어난다고 해요.

    당뇨망막병증(DR)도 무시할 수 없는 망막 질환입니다. 국민병으로 일컫는 당뇨 환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죠. 혈당이 높으면 혈액이 끈적해져 망막의 미세 혈관을 막습니다. 그러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세포와 신경은 서서히 망가집니다. 게다가 그 자리에 병든 혈관이 자라 터지기도 해요. 이렇게 출혈이 발생하면 실명할 정도의 응급 상황으로 진행됩니다. 당뇨 병력 15년이면 발병률이 60%가 넘는다고 하니 철저한 혈당 관리만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이밖에도 망막의 안쪽 벽이 분리되는 망막 박리도 있습니다. 벽지가 떨어지듯 박리돼 시야의 한쪽부터 커튼을 친 것처럼 깜깜해져요. 또 부유물이 날려 날파리 같은 것이 눈에 아른거리는 비문증도 생깁니다. 실명 확률이 높은데다 중심시력을 살리기 위해선 서둘러 떨어진 망막을 붙여주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망막은 치료가 까다롭지만 증상을 늦추거나 예방이 가능해요. 먼저 세 가지를 주의하세요. 첫째는 금연입니다. 니코틴은 혈관을 좁히고 손상시켜요. 미세 혈관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이나 황반변성이 있다면 절대 담배를 피워선 안 됩니다.

    둘째는 고지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 3고(高)를 관리해야 합니다. 잦은 음주나 폭음 역시 혈관과 시신경에는 독이니 삼가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외선은 백내장을 유발할 뿐 아니라 망막에도 악명이 높습니다. 야외활동 시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는 필수품입니다.

    망막을 보호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식단이 있습니다. 비타민 C, E와 미네랄인 아연, 루테인, 제아잔틴이 그들입니다. 유해한 활성산소로부터 황반을 보호하는 강력한 항산화제 역할을 하죠. 짙은 녹색 채소, 노랗고 붉은 과일을 많이 섭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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