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투자, ‘본전 생각’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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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주식투자, ‘본전 생각’ 버려라 

    올 들어 개미들의 순매수 22조원 상당 부분 ‘물타기’ 물량 
    투자금은 매몰비용, 본전 심리에 빠지면 손실폭만 키워 

    • 입력 2022.09.27 00:00
    • 수정 2022.09.28 07:09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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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한 지인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넘어설 때 이 주식을 왕창 사들였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속절없이 내려갔으나 8만원대와 6만원대 추가 매수에 나섰다. 매입 단가를 낮춰 반등 시 손실 회복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물타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금 5만원대까지 하락해 오히려 투자금 손실이 더 불어났다. 그는 “본전만 되면 다 팔고 증시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실제 지인 말고도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개미들은 보유 주식의 주가가 내려가면 물타기 행렬에 가담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미들의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22조원에 이르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물타기 물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외국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12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미들은 왜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증시 하락기에 물타기에 나서는 걸까.

    경제학 용어 가운데 한번 지출하면 회수되지 않는 매몰 비용이란 용어가 있다. 엎질러진 물과 같이 주워 담을 수 없는 비용이다. 경제 활동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려면 매몰 비용에 매달려서는 안 되지만 인간은 종종 이 함정에 빠진다. 투자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아까워 더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도 용감해진다. 말하자면 ‘본전 심리’에 자존심이 더해져 고집의 오류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실수를 깨달으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했어도 당장 그만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까운 재산만 축낼 뿐이다. 주식을 추가 매수한 이유가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면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개미들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혹여 잘못된다 해도 잘 모르는 데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그만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사람이란 실수할 때도 있다며 대범하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했든 바로 발을 빼야 지혜로운 투자자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돈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만회할 기회마저 날아가 버린다. 

    주식 투자에서 생돈을 날리는 과정이 대개 그렇다. 개미들이 구사하는 기법 중 대표적인 것이 ‘물타기’다. 예를 들어 10만원에 산 주식 한 주가 있는데 가격이 8만원으로 하락할 경우 이 주식을 한 주 더 사면 총투자금액은 18만원에 주식 수는 2주니까 주당 9만원에 산 셈이 된다. 그래서 이 주식이 9만원을 웃돌기만 하면 수익이 나게 돼 꽤 그럴듯한 대응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잘 따져보면 이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반등이 아니라 주가가 더 내려가면 손실 금액은 처음 한 주만 갖고 있을 때보다 더 커지게 돼 추가 매수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위험도 증가한다. 주가가 정말 9만원까지 오르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10만원일 때도 확신이 있었으니까 과감하게 샀던 것 아닌가? 그런데 오르기는커녕 5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처음에 투자하려고 생각했던 것보다 투자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증시가 대세 하락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물타기를 하면 할수록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렇게 되면 적당하게 손해를 봤을 때 주식을 팔고 나오는 ‘손절’이라는 걸 할 수 없게 된다.  

    주식 투자금은 매몰 비용에 해당한다. 엎질러진 물로 내가 마음먹는다고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아니란 얘기다.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 “지금 이 주식을 처음 알았다면 과연 사겠는가.” 만약 “아니오”라는 답이 나올 때 좋은 주식이라면 싸다고 분석되는 가격에 얼마든지 매수를 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야 한다. 돈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희망이 없는 주식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바보짓이다. 주식을 처음 살 당시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냉정해지고 객관적 관점에서 보유 주식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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