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선의 예감] 강원지역 첫 사액(賜額) ‘문암서원(文巖書院)’ 복원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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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의 예감] 강원지역 첫 사액(賜額) ‘문암서원(文巖書院)’ 복원 서둘러야

    • 입력 2022.09.09 00:00
    • 수정 2022.09.10 00:05
    • 기자명 용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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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용호선 춘천지혜의숲 시니어아카데미 부원장

    중추가절(仲秋佳節), 추석 연휴에 들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고 했으니 우리 민족 최대 명절임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고향, 귀성, 송편, 성묘, 보은⋯. 추석에 서린 단어들은 혈족, 고향으로의 회귀를 상징한다. 심중 근원은 수구초심‧결초보은 미덕이다. 비록 가세는 변변치 못할지언정 가족애‧문중에 대한 자긍심은 견고하다. 고장도 마찬가지다. 유명세는 미미할지라도 정체성은 확고하다. 지역 정책의 어젠다(Agenda), 발전‧성장동력이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당위성에서 기인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뉴스의 초점, 정‧관가의 관심은 ‘추석 민심’이다. 지역사회는 출범 80일을 지난 민선 8기 도‧시‧군정의 향배도 주시한다. 생활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춘천의 민심?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와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효력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해 개발사업의 치밀한 추진을 재삼 강조하게 된다. 그래서 주목하게 되는 것이 춘천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강원특별자치도 교육 특례도시다. 이미 ‘교육도시 춘천 정책추진단’ 위원 위촉식까지 가졌고 보면 보통 결의가 아니다. 미래사회의 수요를 감안하면 교육도시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갖추고,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마땅하다. 교육도시로서의 정통성을 되짚어 보게 하는 이유다.

    춘천의 교육도시로서의 뿌리는 허술하지 않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고 있었음에도 간과했기에 숙원으로 남은 사안이 엄연하다. ‘문암서원(文巖書院)’ 복원이다. 조선시대 자양 강변 서원리(현 신북읍 용산리)에 존치돼 있던 강원지역 최초(1612년, 광해군 4년)의 사액서원(賜額書院·임금이 현판을 하사한 교육장)이다. 당시 사액서원은 국상(國庠)이었다. 국상은 ‘성균관’에 비견한 별칭이다. 따라서 사액서원은 사학(私學)이 아닌 국학(國學)으로 여겼다. 서적과 토지, 노비 등을 조정(朝廷)으로부터 하사받았기 때문이다.

    문암서원은 조선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내린 ‘서원철폐령’에 의해 훼철(1871년)됐다. 서원 사당에 모셨던 위패는 뒷산에 묻고, 서적들은 춘천향교에 헌납했다고 한다. 같은 사액서원이었던 강릉 ‘송담서원’, 원주 ‘칠봉서원’도 당시 철퇴를 맞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송담서원은 지역 유지들에 의해 일찍이 복원, 현재 강원도유형문화재(제44호)로 지정(1973년)돼 있다. 칠봉서원은 원주시가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상반기 1단계 복원공사를 마쳤고, 제례 재현을 비롯한 시설‧콘텐츠 활용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암서원의 학당은 성균관의 명륜당과 같고 생도들이 기거하는 재(齋)도 모든 것이 성균관과 같다.” 옛 ‘춘천읍지’에 나오는 문암서원의 위상이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 춘천지방 거주자로 생원 진사에 합격한 자는 217명이고 그중 춘천향교 출신 합격자는 41명뿐이며 나머지 176명은 주로 서원 출신인데 비사액서원인 도포서원보다는 사액서원인 문암서원 출신이 더 많은 합격자를 냈을 것으로 본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헤아리지 못한 민선 7기 춘천시가 비사액서원인 도포서원 복원을 추진하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사실을 되짚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지역의 젊은 학자들이 ‘문암서원포럼’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재)춘천지혜의숲 ‘동아리 활동 지원 사업체’로 선정돼 「문암서원 포럼 자료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올해는 옛터에 ‘문암서원 표지석’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서원 복원‧활용은 정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장려하는 사업이다. 유네스코(UNESCO)가 ‘한국의 서원(전국 9곳)’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2019년)해 놓았으니 그 가치와 필요성은 설명이 되레 구차할 듯하다. 유네스코는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이렇게 권고했다. “성리학 개념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의 필수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 통합 보존관리 방안을 수립하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갖가지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관련 학계와 업계, 지자체 등에 권장하는 이유다.

    전국 지자체들이 서원 복원에 혈안이다. 이를 활용하는 강학, 전통체험 학습은 기본이다. 아예 전통호텔을 지어 놓고 고품격 서원스테이(Stay)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 콘텐츠의 실효성을 가려 국비를 지원하기도 하니 솔깃해지지 않는가.

    춘천시는 서원 복원 사안에서만큼은 강릉‧원주의 경우를 부러워해야 옳다. 강릉과 원주도 갈 길이 멀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나마 실체는 보여지고 있어서다. 걸핏하면 강원도 수부 도시의 자존심을 운운하는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도내 첫 사액서원, 옛 교육 시설 복원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교육도시를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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