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민주당’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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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이재명의 민주당’은 안 된다

    • 입력 2022.08.31 00:02
    • 수정 2022.11.08 17:27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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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의원이 압도적인 득표율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됐다.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이재명(친명)계가 4명이다. 당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친명 인사들로 채워졌다. 민주당이 합리적인 정책과 화합, 다양성을 포기하고 이재명 독주체제로 흘러갈 우려가 커진 것이다.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이 모두 수도권에 정치 기반을 둔 인사여서 전국 정당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이 신임 대표의 득표율은 77.77%를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 역대 최고 득표율이고,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김대중의 득표율 73.5%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하지만 저조한 투표율을 감안하면 득표율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권리당원 투표율은 37.09%로 저조했고, 호남권은 35.49%로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다. 충성도가 높았던 호남권의 낮은 투표율은 호남에서조차 ‘이재명의 사당화’를 염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면서 “민주당은 모래 더미나 자갈 더미가 아닌 콘크리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과 통합을 강조했지만 그간 정치 행적을 돌아보면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뒤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어 당대표 도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의원의 당대표 선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기소되더라도 구제의 길을 열어 놓은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일사부재의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무시했다. 이 대표를 향해 조여드는 검경 수사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겹겹으로 방탄막을 쳤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나름대로 일리 있고 설득력 있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에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한 적이 있다. 그는 “저도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갇혀 가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며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선거대책위 개편을 시사한 발언이었지만 사당화를 염두에 둔 것처럼 들렸다.

    이 대표가 친명 세력과 손잡고 독주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안 된다. 이 대표가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고 통합의 정치를 펴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돼야 한다. 이 대표의 극렬 지지층 ‘개딸(개혁의딸)’의 민주당을 지향하는 순간 망조의 길로 들어선다. 중도 외연을 확장하고 ‘국민의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민심을 얻고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대안 정당의 모습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정치 탄압으로 치부하지 말고 검경 수사에도 응해야 마땅하다. 이 대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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