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단고장저’ 금리에 어른대는 불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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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단고장저’ 금리에 어른대는 불황의 그림자

    美 국채 2년물 금리 10년물 앞질러, 내년 경기침체 예고
    우리나라도 장단기 금리 차 좁혀지며 연내 역전 가능성

    • 입력 2022.08.30 00:00
    • 수정 2022.08.30 13:14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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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 금리는 지존으로 불린다. 경제학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고 설명한다. 왜 그럴까.

    금리란 한마디로 돈의 값이다. 돈의 값은 일반 물건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미래의 돈은 현재의 돈보다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안의 새가 숲속의 새보다 더 소중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미래의 돈은 할인, 즉 깎아서 계산해야 하는데, 얼마만큼 깎을지 기준이 되는 것이 금리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경기상황에 따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경제에 치명적이므로 느슨한 돈줄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물가가 폭등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올렸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 돈을 빌릴 때 자본조달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기업이 같은 돈을 벌어도 더 큰 비용이 나가게 되므로 이윤은 줄어들 것이다. 시장에선 이를 주가에 즉각 반영할 것이므로 주가는 내려간다.

    여기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예전보다 더 위험한 투자 상품으로 생각하게 된다. 은행에 예금하거나 채권에 투자해도 큰 위험 없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어 주가는 내려갈 것이다. 투자이론에 따르면 금리가 정점을 치면 채권을 샀다가 금리 하락기 중반 이후 주식으로 옮기고, 금리가 바닥 국면을 지나 인플레 조짐을 보일 때 보유 주식을 팔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금리 흐름에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 이상 기류는 미국에서 먼저 고개를 들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3.048%로 2년물 3.376%보다 오히려 낮다.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른바 ‘단고장저’ 현상이다.

    단고장저 현상은 7월 말 장단기 금리차가 50bp(1bp=0.01%p)까지 벌어지며 극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만기가 도래하는 기간의 장단에 따라 달라진다. 채권 만기가 길어질수록 그 안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으므로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따라서 위험성이 큰 것으로 간주돼 높은 금리가 매겨진다.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것은 경기가 후퇴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할 때다. 경기가 나빠져서 앞으로 경제가 침체할 것이란 전망이 클 경우 자금을 소비하지 않고 장기로 굴리려는 경향이 강해져 장기물 금리는 떨어지고(가격 상승) 단기물 금리는 치솟게(가격 하락) 된다.

    이런 단고장저 현상은 실물경기를 5∼13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물을 앞질러가기 시작한 것이 지난 7월이니까 이르면 연말부터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리란 예상이다. 1960년 이후 미국에서 15차례에 걸쳐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최근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은 일본의 미국 장기국채 매수에 기인하는 만큼 경기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단고장저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433%, 3년물은 3.311%로 마감했다. 현재로선 ‘단저장고’의 상황이지만 연초 47bp에 달했던 금리 차이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역전은 잘 발생하지 않는데, 조금이라고 역전된다면 미국에서 매우 큰 폭으로 역전된 것과 같은 현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연내 10년물과 3년물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경우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10년물 금리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무위험 채권인 국고채 장기 금리의 하락은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해 회피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 몰려있는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신호이므로 주가에는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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