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서울 가는 춘천시민, 한 해 원정 진료비 ‘996억원’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아프면 서울 가는 춘천시민, 한 해 원정 진료비 ‘996억원’

    4명 중 1명꼴로 타지역 병원 다닌 것으로 나타나
    ‘투자 감소→인력 이탈→의료 불신’ 악순환 반복
    “지역 간 균형 잡힌 인력배치와 인프라 구축 필요”

    • 입력 2022.08.29 00:01
    • 수정 2022.08.30 06:30
    • 기자명 서충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천시민이 2020년 한 해 타지역 병원을 이용하면서 유출된 진료비가 9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민이 2020년 한 해 타지역 병원을 이용하면서 유출된 진료비가 9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MS투데이 DB)

    춘천시민 4명 중 1명은 치료를 위해 타지역 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유출된 진료비는 1000억원에 육박해 지역 의료기관의 위축과 자금 역외유출 등 직간접적 손해가 막중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료비 이외에도 간병비, 교통비, 식비 등 부수적인 소비를 고려하면 유출되는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이 지난해 말 발표한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춘천시민 26만2092명이 병원을 방문해 5285억5154만7000원의 진료비를 지출했다. 이 중 27.1%에 해당하는 7만1504명은 서울·경기 등 타지역에서 ‘원정 진료’를 받으며 진료비로 996억2842만1000원을 썼다. 이렇게 외지로 유출되는 진료비는 2018년 731억8346만5000원, 2019년 973억4787만7000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춘천에 거주하는 산모 김소윤(33)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산부인과에 최신형 ‘4D 입체 동영상 초음파기기’가 최근 들어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몇 달 전 병원을 옮겼다”며 “아이의 출산과 나의 건강을 위한 일이라면 멀더라도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병원에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타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춘천시민의 진료비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진료비가 지속해서 유출되면 병원의 투자는 줄어들고, 의료인력 이탈 및 시설 확대 어려움으로 환자들은 병원을 불신한다. 이는 또다시 진료비 유출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대한간호협회의 ‘2021년 간호통계연보’에 따르면 강원지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1명으로 전국 평균(4.4명)에 못 미쳤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강원지역 의사 수는 인구 10만명당 157명으로 역시 전국 평균(193.8명)에 못 미쳤다. 서울(305.6명)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의료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망 비율인 ‘치료가능 사망률’에서도 악순환은 드러난다. 김성주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치료가능 사망률’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 강원지역 치료가능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6.73명이다. 전국에서 충북(46.95명) 다음으로 많았고, 전국 평균(41.83명)과 서울(36.36명)에 모두 못 미쳤다. 강원에 산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서울보다 10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원대학교병원 한 관계자는 “전체 의료인력의 50%가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지방 도시의 의료서비스 하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진료가 필요했음에도 받지 못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간 균형 잡힌 인력배치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